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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정 총리 “의사국시 재응시 허용? 룰 안지킨 집단 특별대우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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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취임 아홉달 정세균 총리

“의대생 구제, 국민 양해 구해야

정부가 쉽게 결정할 수 없어”

개천절 차량시위 방역 문제없다?

“집회 참여자들 얌전히 있겠나

예측불허 상황, 방역망 허물 것”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 논란에

“복지는 실사구시로 접근해야

내 손자에 아동수당 줄 필요있나”

비리·부정 지자체장 재보선 불출마?

“언젠가 실행할 날 올거라 믿어”

대선 도전? “지금 할 일 너무 많아”


한겨레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총리 접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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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선 국회의원부터 여당 원내대표, 야당 대표, 국회의장까지 지낸 ‘정치인 정세균’은 올해 초부터 ‘코로나 총리’로서 아홉달을 보냈다. 국무총리 취임 닷새 만에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이후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꾸려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최고 책임자로서 전면에 나서는 중이다. 청와대, 여당과의 당정청 협의를 통해 4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했고, 27일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한 5번째 대국민 담화를 냈다.

<한겨레>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코로나19를 둘러싼 정부 대책을 비롯해 최근 발생한 북한군의 한국인 공무원 총격 사망 사건까지 정치·경제·사회 현안에 대해 두루 물었다. 이후 27일 서면으로 추가 인터뷰가 이뤄졌다. 현장 인터뷰는 이주현 정치부장의 진행으로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다음은 정 총리와의 문답이다.

―북한군의 한국인 공무원 총격 사망 사건 관련 남북 군 당국 설명에 차이가 있다.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주검이 하루빨리 수습돼야 한다. 북 당국은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남북 간 공동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군이 한국인 공무원을 총격해 숨지게 한 사건이 남북관계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까.

“무장하지 않은 우리 국민이 무참하게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엄중하게 보고 있다. 다만 북 최고지도자가 공개적으로 대통령과 우리 국민께 사과와 재발방지 의사를 표명한 것은 과거에 비해 이례적인 반응으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평소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 정 총리의 신념이었다. 그러나 8·15 집회 이후 ‘엔(n)차 감염’이 확산되며 일일 확진자가 폭증하자 수도권 지역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2.5단계’를 시행했다. 정부는 이제 개천절 집회를 앞두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개천절 집회를 한다고 한다. 일각에선 드라이브스루는 방역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한다.

“지난번 8·15 집회 때 법원이 100인 이하 두 개 집회를 허용했는데, 수만명이 모이는 상황이 나타났다. (집회 참여자들이) 차 속에서 그냥 점잖게 있겠나. 여러 가지 예기치 않은 상황이 일어나 방역망을 허물 소지가 있다. 절대 허용돼선 안 된다고 본다.”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해 의사국가시험 거부 입장을 냈던 의대생들이 지난 24일 국가시험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의대생들한테 정부가 다시 기회를 줄 수 있을까.

“전국에 수험생이 많다. 행정고시 등 국가공무원시험, 각종 자격 시험이 1년 내내 이뤄진다. 모두 ‘룰’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이 룰을 안 지킨 집단에 대해서만 특별대우를 할 수 있을까? 다른 수험생 입장도 생각해야 하고, 국민들 양해도 구해야 한다. 그 전에 정부가 쉽게 결정할 수 없다.”

―이번에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선별, 보편 지급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정부, 여당이 통신비 지급 등에서 입장이 오락가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복지는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컨대 아동수당을 준다면 정세균 손자가 받을 필요가 있나? 사안에 따라 보편 복지와 선별 복지를 섞는 게 우리 형편에 맞다. 특히 재난지원금은 어려운 사람한테 더 주자는 것이다. 넓고 얕게 하면 재난 지원이 안 된다. 좁고 두텁게 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로서는 각종 현안에 거침없이 설명했으나, ‘정치’로 질문이 옮겨가자 한층 신중해졌다. 뜸을 들여 내놓는 답변은 짧았다.

―내년 재보선에서 여당은 부산과 서울에 후보를 내야 하나.

“2005년에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됐다. 이때 처음으로 정치권에서 선거법 위반이나 부정, 비리 때문에 재보선을 유발한 정당은 그 지역에 후보를 내지 말자고 이야기를 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좋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번도 그걸 지킨 정당이 없다. 언젠가는 그게 가능해질 날이 올 거다.”

―내각 개편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다. 곧 이뤄질 것이라고 보나.

“인사권은 대통령한테 있다.”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마 대통령께서 그런 말씀을 듣고 계실 거다.”

―총리가 대통령께 그런 말씀을 드렸나.

“그건 비밀이다.(웃음)”

―여당, 야당 대표를 모두 경험하셨다. 현재 여당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일단 여당은 야당과 협치를 해야 한다. 여당은 야당을 존중해야 한다. 지금까지 (여당이) 불가피하게 좀 ‘자기 과신’을 한 점이 있다. 그 부분을 걱정하는 국민들이 있다. 여당이 앞으로는 국민들을 잘 섬길 것으로 본다.”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가 2022년 대선 도전을 위해 내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나는 지금 할 일이 많다. 방역도 해야지, 경제, 국민통합, 협치도 해야지…. 할 일이 너무 많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총리가 유능한 인물들을 모으고 목요대화 등을 통해 각계와 접점을 넓히는 것을 보면서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람을 인사하는 것이나 소통, 협치하는 것은 정세균의 일하는 스타일이다. 다른 꿍심(속셈)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정리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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