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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정세균 “4차 추경 여야 타협으로 채택… 협치하면 국민이 편안해져” [세계 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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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

국가채무 급속 증가 좀 긴장해야

제2 외환위기 현재로는 걱정없어

노동권 강화법 약속은 지켜져야

韓사법부의 日 강제동원 판결 존중

방역도 경제도 모두 다 살리고 싶어

아직 실력발휘 못해… 기회는 올것

세계일보

정세균 총리가 지난 24일 “지구촌 전체가 코로나19의 포로가 되어 있는 만큼 방역에도 성공하고 경제도 살리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아직은 실력 발휘할 기회를 안 주네요. 그래도 조만간 기회가 오겠죠.”

여권 내 대표적 ‘경제통’인 정세균 총리는 “혁신성장에 전력투구하여 경제 활력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했던 취임 포부를 제대로 펼 수 없는 상황이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올 1월 취임하자마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정 총리는 ‘방역’과 ‘경제 살리기’라는 상충되는 과제 사이에서 피를 말리는 결단을 요구받고 있다.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 총리 집무실에서 만난 정 총리는 “지구촌 전체가 코로나19의 포로가 되어 있는 만큼 방역에도 성공하고 경제도 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어떤 총리로 남고 싶으냐’는 질문엔 “위기를 극복한 총리,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키운 총리, 대한민국이 선도형 경제로 가는 초석을 다진 총리”라고 답했다.

정 총리 지난 22일 총리실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통보를 받은 뒤 진단검사를 받았다. 정 총리는 “당연히 음성일 줄은 알았다. 왜냐하면 정세균은 진짜 세균 아니냐. 바이러스는 가짜 세균이라서 진짜 세균한테는 안 된다”고 농담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 입국자를 막지 않은 조치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요즘 그렇게(중국 입국자를 막지 않아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했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별로 동의를 얻지 못한다. 한·중 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워낙 밀접하다. 특히 중국은 우리에게서 수입만 하지만 우리 기업인들은 중국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인이 한국에 와야 하는 이유보다 한국인이 중국에 가야 하는 이유가 훨씬 많다. 외교는 대부분 상호주의다. 지금 한국인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중국을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는 것도 그때 무리하지 않아서다.”

세계일보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아쉬운 대목은 없었나.

“사실 초창기에 코로나19가 그렇게 강력한지 몰랐다. 나중에 다 지나놓고 평가해야겠지만 고비고비마다 부족함도 있었고 잘한 일도 있었고 그렇다. 그래도 국제사회가 한국이 참 잘하고 있다고 하니까 고마운 일이다.”

-최근 4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통신비 지원 대상을 놓고 청와대와 정부, 여야가 이견을 보였다. 어떤 입장이었나.

“통신비 자체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굳이 지원하겠다면 재정적으로 열악한 젊은이와 노인에게 주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었다.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나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지원하자고 했다. 제 희망대로 된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어긋나지 않게 결론이 났다. 이번 추경의 의미를 찾자면 협치가 빛을 봤다는 점이다. 우선 정부 안과는 다른 안이 국회에서 채택됐다. 정부와 국회가 협치한 것이다. 그리고 여당안과 야당안이 달랐는데 이것을 타협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서로 양보하면서 협치가 이뤄지면 국민이 편안해진다.”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놓고는 보편복지냐, 선별복지냐는 오랜 논쟁이 재연됐다.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은 선별이냐 보편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방식이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이념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고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해야 한다.”

세계일보

-1차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지급됐다.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선별지원됐다면 소비가 더 확대되고 국가재정 부담도 덜 수 있지 않았나.

“그때는 무엇보다 시간이 급한데 선별하기가 어려웠다. 선별해서 주려면 지급 시기가 늦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야당도 전 국민에게 50만원씩 주자는 주장을 했다. 당시는 특별한 타이밍(4·15총선 국면) 아니었나. 그때 정치권이 서로 경쟁하는 양상이 되다 보니 그렇게 결정된 측면이 있었다. 하여튼 복지 방식은 상황과 사안에 따라서 선별과 보편을 잘 믹스하는 게 최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에 대한 무상급식 같은 분야는 선별하기도 힘들고 낙인 효과도 있으니 보편적으로 하는 게 좋다. 재난지원금 같은 분야는 선별적으로 하는 게 옳다고 본다.”

-59년 만에 처음으로 한 해 4차례 추경이 편성됐다. 4차 추경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이 43.9%가 됐다. 감당할 만한 수준인가.

“빚은 하나도 없는 게 제일 좋다. 그런데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는데 달리 방법이 없으니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국가 채무가 얼마까지는 괜찮고 그 이상은 안 된다는 원칙은 없다. 우리가 이웃나라에 비해서는 부채 비율이 좀 낮은 편이다. 다만, 최근 들어서 빚이 증가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래서 좀 굉장히 긴장을 해야 한다고 본다.”

기획재정부 중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2년 50.9%, 2023년 54.6%, 2024년 58.3%까지 상승한다. 이는 명목성장률을 2021년 4.8%, 2022∼2024년 4%를 전제로 추산한 것이어서 성장률이 떨어지면 이 지표는 더 나빠진다.

세계일보

-중앙·지방정부 채무 외에 공기업 채무나 정부가 지급 보증하는 군인, 공무원 연금을 합치면 GDP 대비 정부 채무 비율이 사실상 100%를 넘어선다는 견해도 있다.

“정부가 보유한 채권도 있다. 설령 부채비율이 높더라도 국민이 굶어죽게 생겼으면 먹여 살려야지 굶어죽게 두나. 부채 논쟁은 별로 의미가 없다. 가능하면 빚을 적게 지는 게 좋지만 국가가 재난을 당한 국민들을 급하게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

-재정 상황이 나빠지면 외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

“우리가 이번에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를 발행했는데 거의 제로금리 수준으로 발행했다.(지난 10일 유로화 외평채는 국채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인 -0.059%, 달러화 외평채는 역대 최저인 1.198%로 발행됐다) 그런데 무슨 외환위기 걱정을 하나. 계속 방만하게 재정운용을 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걱정할 게 없다. 외환보유액도 충분하고 다른 나라는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는데 우리는 유지하고 있다.”

세계일보

-국회에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실거주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는 1가구 1주택은 보호하자는 게 정부 입장이다. 지금은 워낙 엄중한 상황이다. 자칫 선의로 시행한 정책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으로 이어지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무익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이 착각할 수 있는 말도 하면 안 되고 정책도 추진해선 안 되는 시점이다.”

-연내에는 금융규제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로 들린다.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추진되는 입법 가운데 노동권 강화 법안이 많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 법 개정은 원래 이명박정부가 EU(유럽연합)와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할 때 EU에 약속한 사안이다. 국제사회와 약속을 할 때는 충분히 검토를 한 다음에 하고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 (국회에 제출된) 노동관계법은 노조도 반대하고 사용자도 반대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친 법안이 아니다.”

세계일보

-일본에서 스가 총리 시대가 열렸다. 꼬일 대로 꼬여 있는 한·일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일본 정부 차원에서 강제동원 판결이 집행되면 파국이라는 말들이 흘러나온다.

“우리는 정부가 사법부의 판결을 좌지우지하는 체제가 아니다. 일본은 우리하고 다른 시스템이다 보니 우리도 자기네와 같은 줄 알고 그럴 수 있다. 우리는 사법부 판결을 존중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사법부는 사법부대로 이런저런 것들을 다 고민하면서 하지 않았겠나.”

세계일보

정세균 총리가 SNS에 올린 ‘이번 추석엔 총리를 파세요’ 이미지. 정세균 총리 SNS 캡처


-총리가 주도하고 있는 ‘목요대화’의 취지는 뭔가.

“소통을 통해서 난제들을 해결해 보자는 취지다. 최근에는 서울시 자영업자들과의 대화에서 서울시가 임대하고 있는 공공시설 임대료 인하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시와 얘기해서 임대료를 대폭 인하해 줬다. 지난번 노사정대화에서는 합의가 다 됐는데 민주노총이 못 나와서 사인을 못했다. 그래도 경사노위(대통령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줘서 합의안을 그대로 이행하고 있다.”

당시 노·사·정 합의안에는 고용유지 및 기업 살리기, 전국민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 확충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담=조남규 정치부장 정리=이현미·최형창 기자, 사진=하상윤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북 진안(1950년) ●전주 신흥고 ●고려대 법학과 ●쌍용그룹 상무이사 ●15∼20대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원내대표(2005년) ●산업자원부 장관(2006년) ●민주당 대표(2008년) ●국회의장(20대 전반기) ●46대 국무총리(2020년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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