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4 (화)

[사설] 속수무책 軍, 국민이 믿고 의지하겠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 A씨 사건과 관련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우리 군(軍) 당국의 오불관언 같은 초기 대응이다. 국민의 생명을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지켜내야 할 군이 자체 첩보 내용대로라면 북한 군이 A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장면까지 포착하고도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봤다는 것은 어떤 항변을 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A씨가 북측 등산곶 인근에서 북한군에 최초로 발견된 시점부터 사살당하기까지 6시간 동안 군은 뒷짐만 쥐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 영토나 영해가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즉시 대응하지 않았고, 북측 해역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직접적인 대응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특히나 기존의 핫라인이 모두 폐쇄돼 직접적인 대응 수단조차 없었고, 당시에는 첩보 소스의 보호를 위해 습득 내용을 공개하는 것도 주저됐다고 한다.

시긴트(감청 등 신호정보) 첩보를 바로 활용할 경우 정보자산 노출의 부담이 크다는 점 등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다. 국민 생명보다 정보자산이 중요할 수는 없다. 대응 수단의 부재 항변도 2차적인 대응 수단, 최후의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긍하기 힘들다. 핫라인이 폐쇄됐다면 국제상선통신망을 이용하든가, 그래도 안 되면 서해상 군사분계선에서 앰프를 이용해 소리를 질러서라도 북한군에 자제 및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6시간이면 그런 수단을 강구하고도 남을 충분한 시간이다. 국민이 믿고 생명을 의탁하는 우리 군의 대응은 이랬어야 했다.

군이 서둘러 A씨를 월북 기도자로 규정한 것도 미심쩍은 대목이다. 물론 첩보 등을 바탕으로 그리 발표했겠지만 북측의 발표나 유가족의 입장 등과는 확연히 다르다. 방관 책임을 모면하려 월북 기도자라는 오명을 덧씌운 것이 아니길 바란다. 차제에 진상규명 차원에서 A씨의 월북 시도 논란 또한 명확히 규명돼야 할 것이다. 유가족은 A씨가 월북할 이유가 없다면서 “월북하겠다며 심야에 40㎞ 가까운 바다를 헤엄쳐 건너려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는가.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