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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단독] 문재인 정부 조세철학과 다른 조세지출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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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지출제도 부실 운영

중기·친환경 등 지원 목적

대상자들은 제도 잘 몰라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도

[경향신문]

경향신문

문재인 정부 3년간 국가가 세금을 감면·공제해주는 각종 ‘조세지출제도’ 항목 상당수가 실제 조세 혜택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문재인 정부가 주창해온 일자리, 중소기업, 여성, 청년, 친환경 등 항목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일부 항목은 30여년 전 낡은 조항들이 그대로 방치돼 시대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문재인 정부 ‘조세 철학’에 역행

27일 문재인 정부 3년간 조세지출 현황 분석 결과, 국가가 세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정책들은 다양했다. ‘경력단절 여성고용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의 경우 중소·중견기업이 결혼·임신·출산·육아 등으로 퇴직한 노동자가 다시 계약을 체결하면 인건비의 30%를 소득세 등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2017년 500여만원, 2018년 3000만원, 지난해에야 2억원가량 집행됐다. 기업들도 이 제도를 잘 모르고 있던 데다, 경력단절 여성이 다른 기업이나 업종에 취업하면 세액공제를 해주지 않아 현실에 맞지 않았다.

‘환경오염 방지물품 관세 감면’ 항목은 다른 항목과 내용이 비슷하게 겹치면서 3년간 집행내역이 없게 됐다. 환경오염 방지물품 수입 관세를 30% 감면해주는 제도지만, 수입업체들이 ‘환경보전시설 투자 세액공제’를 더 선호하면서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 청년근로자 및 핵심인력 성과 보상기금 수령액에 대한 소득세 감면’ 항목은 청년노동자에겐 사각지대다. 이 항목의 혜택을 받는 ‘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 청년노동자 등이 5년간 월평균 12만원을, 기업과 정부가 각각 18만~20만원씩을 납입하면 3000만원가량을 돌려주는 제도인데, 기업 입장에서는 납입금의 50%를 세액공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집행된 세금 감면은 ‘0원’이었다. 중소기업의 경우 5년 이상 근속하지 않는 청년노동자가 많은 데다 기업도 공제 제도를 이용하지 않고 있는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부장려금 제도’ 역시 3년 내내 집행되지 않았다. 기부자가 세액공제를 받는 대신 해당 공제액까지도 기부단체가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그러나 이 혜택을 받기 위해선 기부자가 관할 세무서를 직접 찾아 신청서를 내야 하고 기부단체 역시 ‘기부장려금단체’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가 있어 신청 자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 데치면 ‘면세’, 삶으면 ‘과세’?

조세지출제도 중 부가가치세법 관련 조항은 1967년 제정된 부가가치세법 조항이 그대로 유지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

데친 채소는 부가세 면제가 되지만, 삶은 채소는 과세 대상인 경우가 대표적이다. 현행법에서는 가공식료품은 과세 대상이지만 데친 채소는 김치처럼 기초생활필수품으로 분류해 미가공식료품에 속하게 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나물 재배 농가 지원용”이라고 설명했지만 삶은 채소와의 차이가 애매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KTX와 우등고속버스는 부가세 과세 대상이나 새마을호 기차와 일반고속버스는 부가세 면제인 점도 국민 생활상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전자책’은 면세해주지만 통상 도서등록(ISBN)을 하지 않는 웹툰은 과세 대상이다. 가축동물의 진료비는 면세지만 반려동물 진료비는 부가세를 과세하는 것도 시대와 동떨어진 정책으로 꼽힌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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