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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시시비비] 어업지도원 사망, 문제해결 방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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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북한이 빠르게 공무원 이모씨의 피격사건과 관련한 사태 수습에 무게를 싣고 움직이고 있다. 이 사태가 가져올 파장에 대한 엄중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비무장 민간인 살상과 시신 훼손 혐의는 국제규범과 반인도적 행동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온전히 받을 사안이다. 2014년 유엔(UN)의 북한 인권보고서 공개 이후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높아져만 왔다. 인권은 북한체제와 '최고존엄'의 위상에 있어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다.


한편 상황관리의 필요성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정책적 운신에 있어 사면초과 상태다. 우선 미국 대선 이후 정세가 불확실하다. 북한은 연 초부터 북·미협상의 장기전을 선언하고 미국 국내정치를 예의주시해 왔다. 차기 미국 행정부가 어떤 대북정책을 취할지, 지금까지의 북·미합의와 협상구도를 계승할지 등이 불확실하다. 내부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수해, 대북제재 등으로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내놓을 성과가 궁색한 마당이다. 결국 남북관계마저 긴장도를 높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명살상의 책임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북한은 '(해군)정장의 결심'으로 군 상부와 당 지도부의 의도성을 배제했다. 그러나 비무장 민간인 사살을 정장 수준에서 결정했다는 것은 상식적인 지휘체계로 보면 믿기 힘들다. 최소한 해군사령부 지휘부의 결정, 이를 직접 지휘하는 총참모부의 결정 없이 이뤄지기 어렵다. 물론 지난 7월 19일 탈북자 개성 월북 사건 이후 군 경계태세 허술에 대해 강력한 문책과 후속 조치를 북한이 내렸다는 점, 최근 북·중 접경도시 밀입북 월경자들을 체포해 강력하게 처벌하고 도시를 격리했던 점 등으로 경계와 방역에 대한 현장 부대들의 공포심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경계의 과잉을 자연스럽게 선택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남북 '차이'는 어떻든 해명되어야 한다. 향후 양측이 사태를 순조롭게 풀기 위해서는 정치기술적 고려가 필요하다. 우선 스텝을 명징하게 설정하고 갈 필요가 있다. 공동수색 또는 수색협조를 통한 시신수습이 첫 단계다. 이에 대해 북측에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필요했다. 최고지도자가 사과와 유감을 표명한 마당에 수색 협조를 거절하긴 쉽지 않다. 27일 북한이 수색을 명분으로 한 영해 침범에 대해 경고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선 애초에 수색단계부터 북측의 책임 있는 태도와 협조를 요청했어야 한다.


다음으로 북측의 추가 해명 또는 공동조사를 요구하는 단계다. 물론 시신 수색 과정에서 공동조사가 시작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떻든 시신 수색에 일정하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행히 시신이 수습된다면, 북한의 시신훼손 부분은 일정부분 해명이 될 수 있다. 나머지 차이 부분에 대한 추가 해명과 필요하다면 공동조사 실시, 재발 방지를 남북이 대화로 풀어 가면 된다. 수습되지 않는다면, 남북의 공동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남북 설명이 차이를 극복할 방법은 공동조사를 통해 해소될 수밖에 없다. 공동조사 결과에 따라 이후 재발방지를 위한 남북대화 및 협력(군사공동위 가동, 추가 군사합의 등)의 단계다.


지금 당장 늦었지만 공동수색 또는 제한적이더라도 수색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맞다. 당장 공동조사를 요구할 경우 북측이 수용에 소극적일 경우 문제가 '공동조사' 수용여부로 함몰될 수 있다. 일에는 순서가 있고 명분은 그 순서를 통해 탄탄하게 확보될 수 있다. 시신 수습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남북이 수색 협조를 통해 문제 해결의 진정성을 일차적으로 확인하고 다음 단계에 필요한 요구로 순차적으로 이동하는 자연스러운 스텝이 필요하다. 그런 단계 구상과 준비를 숨을 고르며 할 필요가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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