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채소 출하량 감소로 식비 부담 늘어 주부들 한숨
쓸 돈 없는데 뛴 물가…차례 비용 최대 25% 더 든다(CG) |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배 6개가 든 과일 상자 보면 기가 차요. 배 1개가 거의 1만원입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집에 온 대형마트 광고 전단을 든 황모(66)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황씨는 "매일 과일을 먹는 편인데 긴 장마와 태풍 이후에 맛을 장담할 수 없는 데도 과일값이 고공행진 중"이라며 "그나마 제주산 하우스 밀감이 '가성비'가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과일 외에 반찬으로 빼놓을 수 없는 채소나 정육 가격도 들썩인다.
해운대에 사는 50대 주부 배모씨는 "한 달 전 집 앞 마트에서 배추 1포기가 6천원이었는데 얼마 전에 1만2천원이 넘었다"며 "맛이 이상해 내다 버린 묵은김치가 너무 아깝다"고 가슴을 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2020년 추석 성수기 주요 농축산물의 출하 및 가격 전망' 보고서에서 추석 성수기 농축산물 수급 여건이 지난해보다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봄철 냉해로 과수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여름철 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이어지면서 주요 농산물의 출하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추석 앞둔 과일가게 |
사과의 경우 추석 성수기(17∼30일) 출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12.8% 적은 5만7천t 내외로 추산됐다.
장보기 물가가 들썩이면서 닷새간 이어지는 명절 연휴를 앞둔 주부들 마음이 무겁다.
딸과 함께 지내며 손자 둘을 돌보고 있는 남구 주민 최모(61)씨는 "우리집 식구가 모두 다섯인데 최근 식비 지출이 최소 30% 이상은 늘었다"며 "연휴 기간 뭘 해서 먹을지도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때문에 외식하는 게 여의치 않고 배달 음식을 자주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고민을 거듭하다 손자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홈페이지 올리는 식단표를 참고해 식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그는 "어른들은 덜 먹고 덜 쓰면 그만이지만, 손자들 입에 들어가는 먹거리 지출을 줄이는 건 큰 결심이 필요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나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가친척이 모이지 않으면서 많은 양의 음식을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다행으로 여길 정도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장마와 태풍을 거치면서 과일과 채소 등 출하량이 급격히 줄었고, '명절 특수'를 노리는 상술도 겹쳐 소비자 부담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추석 성큼 부전시장 북적 |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차례상 품목 물가를 조사한 결과 올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기준 27만5천원으로 지난해보다 16.5%(3만8천400원)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경우 40만4천730원이 들어 지난해 추석보다 8만270원(24.7%)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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