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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 “국가 위기 일상화할 것, 혁신 리더십이 시대정신” 디지털혁명, 기후변화 등 미래 이슈에서 국가 생산성 높이는 전략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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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는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위기 국가라는 것이 일상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로부터 생존을 가능케 하는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보수 야권에서 누구보다 앞서 대권 도전을 선언하며 뛰고 있는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매경럭스멘 창간 10주년 특별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하며 “끊임없는 위기상황에서 생존해 위기를 회복하고, 위기 이후의 세상에 대비하고 대응해 나갈 수 있는 혁신과 통합의 능력을 갖춘 리더십이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원 지사는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촉발한 우리 사회와 글로벌 전체의 패러다임 대전환 시기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하다”면서 “혁신과 사회통합 없이는 지속적 생존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차기 지도자는 이에 대한 미래비전과 대처 능력, 집단지성을 모으는 힘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원 지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그동안 고민해온 것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자신의 미래비전과 국정 운영을 위해 쌓아가는 내공을 넌지시 비추며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경쟁력을 내보이는 데 주력하는 듯했다. 특히 여러 답변들에서 ‘미래’란 키워드는 빠짐없이 등장했다.

원 지사는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되는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문제, 인공지능(AI) 사회, 빅데이터 등은 당면한 이슈이기도 하지만 미래 먹거리들이기도 하다”면서 “이것들은 과거의 잣대로는 다룰 수 없는 것들이고 특히 보수와 진보의 잣대로는 더욱 접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기성세대와 정치권은 과거는 역사 속에 흘려보내고 여기에 더욱 집중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여기서 생산성이란 키워드는 무척 중요하다”면서 “젊은 세대들이 미래를 살아나갈 바탕이 될 수 있도록 이 이슈들을 대한민국이 선도해 나가면서 국부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지금부터 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원 지사는 “기후변화 이슈의 경우 어른들의 논의보다 10대가 나선 것이 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지금의 세대가 이런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한다면 미래를 위한 준비도 없고 현 세대의 이익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원 지사는 자신의 대선 정책 주요 어젠다 중 하나로 기후 변화와 그와 관련된 정책을 담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 지사는 “미래를 위한 준비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집권 세력은 자기들의 임기만 생각하는 속 좁은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아무리 좋은 정책도 중도에 그만두면 효과가 없기 때문에 자신이 다음 정부를 이끌게 된다면 정책의 영속성 측면을 항상 염두에 두겠다”고 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정책의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이 초대형 프로젝트가 국가의 전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라며 “정치적 의도가 있는 세부 항목들이 곳곳에 눈에 띄기 때문에 졸속 우려를 감출 수 없다”고 했다.

원 지사는 “탈원전만 보더라도 미국과 유럽은 그린 기술로 분류하며 지속적 성장을 유도하고 있지만 우리는 갑작스럽게 중단된 상태”라면서 “모든 산업의 바탕이 되는 국가 에너지 정책이 장기적 고민 없이 과거 반핵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정책이나 다름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원 지사는 “정치권서 논란 중인 기본소득도 이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며 “대책 없는 포퓰리즘에 국가의 미래 기반이 붕괴될까 정말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재정 뒷받침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자고 주장하는 것은 정말 선동적 정책”이라면서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주는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문제는 재원 마련”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라도 미래 산업을 적극 육성하며 국가의 전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지도자는 고민해야 하고, 미래 성장동력과 주역들인 젊은이들의 파이를 키워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했다.

원 지사는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라면서 “징벌적 세금으로 집 한 채 가진 사람에게까지 돈을 거둬 사회적 약자들에게 뿌리겠다고 하는 것이 기저에 깔려 있는데 이는 국민적 갈등만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꼬집었다.

원 지사가 이처럼 대권 도전을 위해 자신만의 미래비전, 정책비전을 준비하고 쌓아나가지만 좀체 오르지 않는 지지율은 고민이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고, 말과 행동들이 쌓여야 되고 또 계기도 맞아 떨어져야 한다”면서 가는 길에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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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대선 출마선언을 빨리하셨는데 지지율이 참 아쉽습니다.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신뢰 지지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계기들도 맞아 떨어져야 하고요. 그래서 현재로서는 대선 출마를 결정하게 된 계기를 되돌아보고 국가적 고민을 구체화하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생각을 듣고 모아나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죠. 이를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실천적 모습을 보인다면 대중도 원희룡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겠습니까.(웃음)

▶현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시대정신이라는 것은 그 시대의 국민들 삶에 가장 절박한 문제에 대한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닥친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여러 위기들을 해결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생존의 위기란 문제를 던졌습니다. 전염병 자체가 주는 위협에서부터 중단된 경제활동으로 인한 위기, 또 비대면 사회란 큰 전환의 시기를 앞당기면서 현 인류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중첩된 위기상황을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 시대를 관통하는 흐름은 위기로부터 생존, 위기로부터 회복, 위기 이후의 세상에 대한 대응이 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을까요.

▷혁신입니다.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혁신적 사고, 현재의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을 통해 지속적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 생존 능력을 높여야 합니다. 지금 전 세계는 4차 산업 혁명의 흐름 속에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더 가속화시킨 측면이 있는데, 여기서 뒤처지면 국가는 생존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수에 대한 젊은 층의 비호감은 여전히 높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기존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과거의 잣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무슨 이념이 필요하며, 디지털 혁명·지구 환경 보호 등의 이슈에 보수와 진보가 싸울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때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패러다임의 대전환 속에서는 과거처럼 이념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보수와 진보로 갈리는 것들이 이제는 새롭게 정렬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여기서 보수도 새로운 지향점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공정, 복지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높은 것은 그동안 이 분야가 약했기 때문입니다. 보수가 진보를 넘어서려면 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진보가 덜 중요시하는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 더 천착해야 합니다. 이 지점이 기존 보수의 맥을 이으면서도 버전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도 젊은 층을 향한 보다 구체적인 대안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현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다음 세대가 배제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권이 기존 정당 및 국회의원 위주로 모든 것이 돌아가다 보니 생긴 현상이죠. 주인공이 빠진 채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정책이나 법안들이 만들어지고 실행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20대 청년들은 물론 사회의 허리 격인 30~40대까지 국가의 주요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게 해야 합니다. 미래 세대가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정책들을 직접 결정하게 하는 것이죠.

▶김종인 대표가 당 대선후보 자격으로 젊음, 경제이해, 참신, 교육비전, 안보관, 통합능력, 글로벌 마인드 등 7가지를 제시했는데요.

▷김종인 대표가 이야기한 것은 국가의 리더가 갖춰야 할 요소를 두루 짚은 것이기 때문에 해당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현 시점에서 중요한 국가의 자질은 위기를 관리하고 대처하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등 집단 지성을 한데 모아낼 수 있는 것도 중요하고요. 앞으로 국가 위기 상황은 일상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회 각계와 대화하고 여러 의견을 수용하는 통합적 리더십도 더욱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코로나19 과정에서 사회의 분열은 또 다른 국가적 위기였습니다. 위기 때는 흩어지면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국정운영은 흔들리고 무능으로 흐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굳이 저에게 점수를 준다면 박하게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종합점수 1등 자신 있습니다.(웃음)

▶민주당 우위의 정치지형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야권 통합이 이슈입니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정계개편은 늘 열려 있다고 봐야 합니다. 현재 관심은 국민의당과 손을 잡는 문제인데, 일단 국민의힘의 당내 혁신이 먼저인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만연한 국민들의 비호감을 떨쳐야 합니다. 그 이후에 정권교체를 위해서 누구라도 손을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당은 손을 잡아야 될 범위에서 가까운 축에 속하지 않습니까. 가능하면 더 멀리도 갈 수 있다고 봅니다.

▶‘미래’를 계속 언급하시는데 현 정부의 한국형 뉴딜정책에 유사한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큰 방향은 저도 맞다고 봅니다. 하지만 내용들을 보면 충분한 검토 없이 준비된 것들이 많아 보입니다. 소규모 기업들도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기획, 자료 조사 등 관련 준비를 하는 데만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데 160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가 작년에도 없던 것이 뚝딱 만들어졌습니다. 코로나19 위기라는 급박한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졸속 작품이라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습니다. 평소에 철저한 사전 검토과정이 있었거나 타당성 조사를 했으면 포함되지 않을 세부 사업도 보이고, 자신들의 공적을 부풀리기 위해 들어 있는 것들도 눈에 띕니다.

▶임기 내 실현 여부도 의문입니다.

▷맞습니다. 임기 2년도 채 남지 않는 정권이 이렇게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용감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다음 정부가 이 정책을 받아서 계속 추진해 나가야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는데 그동안 역대 정권이 해왔던 행태로 보면 차기 정부가 과연 이 정책을 유지, 발전시켜나갈지 의문입니다.

▶정치권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정책적 영속성은 더 없어진 것 같습니다.

▷잘된 계획이고 국가의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정책이면 당연히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추진돼야 합니다. 쌓여야 결과가 오고 설사 실패하더라도 시행착오의 의미도 있지 않겠습니까. 중간에 정책이 중단되면 다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역대 정권들은 자기 임기만 생각하는 속 좁은 행태만 보여왔고 장기적인 과제들이 제대로 살려지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정책의 영속성이 보장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특히 기후변화, 디지털 대전환 등의 이슈는 중단없이 정책이 추진돼야 합니다.

▶미래를 위한 정책적 준비는 중요하지만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합니다.

▷위기상황에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은 불가피하고 필요하다고 봅니다. 시비를 걸 일도 아니고요. 우리가 챙겨야 할 것은 재정이 정말 필요한 것에 ‘잘 쓰이고 있는가’와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불어 넣었는가’에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재정건전성이 회복돼야 다음 위기 때 또 돈을 풀 수 있는 여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위기는 벌써 2차 대유행의 조짐을 보이고 있고, 또 다른 유형의 위기가 언제 닥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확장적 재정 정책은 반드시 생산성을 높이는 장치가 패키지로 함께 작동돼야 합니다. 노동시장개혁이 됐든지, 규제개혁을 하든지 말입니다.

하지만 이 정부는 핸드폰 요금을 주느냐 마느냐 하는 지엽적인 문제로 국가적 논란만 일으키고 있습니다. 수십조원을 쓰더라도 꼭 필요한 곳에 써야 합니다. 실업보험 등 사회안전망을 더 강화하고, 어려운 취약계층에 지원하고 돈 가뭄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에게도 빠르게 자금을 수혈해야 합니다.

▶기본소득도 논란이 분분합니다.

▷기본소득이 등장한 것이 약자층에 대한 사회 복지가 부족하고, 4차 산업으로 노동 여건이 변하고 있기 때문인데, 굳이 전 국민에게 다 주는 개념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국민 모두에게 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수십조원을 들여서 맛보기식으로 돈을 지급하면 그게 무슨 효과가 있겠습니까. 기본소득을 실험한 핀란드도 고작 350억원을 들여서 했을 뿐이고 실증 결과에 대한 검토도 3년이나 걸렸습니다. 전 국민에게 수십조원이 소요되는 ‘몇 만원씩 주자’식의 기본소득 정책 방향은 국민 선동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지사님이 생각하시는 기본소득의 방향은 무엇인가요.

▷기본소득도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기준선을 정해 이보다 더 버는 사람은 소득세를 내고, 그렇지 못하는 계층에게는 소득세를 국가에서 주는 것입니다. 이를 기본소득의 개념으로 볼 수도 있고요. 또 취업을 위한 직업 훈련 시나 재교육 시 일정 기간 소득보장을 해주는 방안도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집단지성을 모으면 보다 더 창의적인 안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관건은 재정입니다.

재난지원금은 여러 번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지급 결정을 하게 되면 평생을 줘야 하는 것입니다. 정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탈원전 문제는 여전히 시끄럽습니다.

▷국민적 합의도 없이 단지 집권했다는 이유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미래 에너지 전략을 송두리째 뒤엎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원전과 관련해선 우리만 글로벌 흐름과 따로 가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을 보면 원전은 지속 가능한 녹색에너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의 발달로 반도체나 저장장치 등의 쓰임새가 늘어나면서 전기를 생산해 내는 원전의 중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죠.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도 원전은 필수 기술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한민국은 탈원전 정책을 고집스럽게 고수하고 있습니다. 현 집권세력이 과거 반핵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저는 봅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법을 고민해 보셨습니까.

▷3가지 원칙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먼저 내 집 마련의 욕망을 부정하고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386세대들은 내 집 마련을 다 해놓고 젊은 세대들에게 ‘영끌하지 마라’ ‘임대주택 살아라’라고 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들에게 내 집 마련의 희망을 더 응원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필요한 곳에 필요한 집을 공급해야 합니다. 통계를 가지고 주택 자가보급률을 이야기 하면 수치는 맞겠지만 사람들이 살고 싶은 주택 유형, 선호 지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새 아파트를 통해 주거의 질을 개선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은 통계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에 주택을 공급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매겨야 합니다.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과세의 원칙은 소득이 있는 곳에 해야 하는 것입니다. 미실현 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면 사회적 갈등만 더 커질 뿐입니다. 실수요자들에게는 주택을 팔지 않는 이상 세금을 매기지 말고, 부과했더라도 징수를 유예했다가 주택을 팔 때 생긴 차액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된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 상당수의 주들과 다수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 여당 의원도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그게 매매차익의 많은 부분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현 정부의 외교 정책은 어떻게 보십니까.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세계적인 흐름을 냉정하게 읽고 대처한 것이 아니라 이벤트에 치중했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우리만의 정치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국제질서를 움직여 보려 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도는 해볼 수 있으나 글쎄요… 동맹과 함께하면서 북한과 대화를 해야지 북한을 고정변수로 놓고 글로벌을 거기에 맞추려다 보니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 이벤트를 거창하게 한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만일 미국에서 정권이 바뀐다면 트럼프 정부 시절 경시됐던 기존 동맹 관계에서 이뤄지던 것들에 대한 압박이 다시 올 수도 있을 텐데 걱정입니다.

▶정치권의 기업 규제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업만 때려잡는 식의 개혁은 지양해야 된다고 봅니다. 기업은 국가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체질 개선을 통해 그 역할을 더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기업들을 안주하게 해서는 안 되고 더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아야 합니다. 다만 불합리한 내부의사 결정 구조로 기업 성장을 막는 행태는 막아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 지적되는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한 투기자본들의 공격 등에 대한 안전장치는 마련해 줘야 합니다.

▶항상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규제가 지적됩니다.

▷규제는 정말 문제입니다. 대통령이 ‘규제가 존속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 전부 다 없애야 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 문제는 풀리지 않는 숙제입니다. 전혀 개선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빈집을 가지고 인터넷 공유 숙박업을 하려는 스타트업이 있었습니다. 문화관광부에서 유망 스타트업으로 상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규제에 묶여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폐업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 업체는 농어촌 주택을 이용해 숙박업을 하려면 사람이 살고 있어야 한다는 규제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사실상 폐가를 인수해 숙박업을 하려고 했는데 관계 당국은 ‘주거’가 입증이 돼야 민박업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이민 것이죠. 역설적이지 않습니까. 더 아이로니컬한 것은 기업이 망한 후에 규제가 풀렸다는 점입니다.

현재 규제를 푸는 가장 큰 문제는 관계 기관들이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서로 핑퐁치기 일쑤고, 필요하면 ‘스스로 풀어라’라는 식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규제 개선의 비용과 노력을 수익자에게 대부분 전가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규제 문제는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는 유연한 자세와 기동성 있는 접근이 병행돼야 풀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없어져서는 안 될 규제도 있습니다. 국민 안전, 소비자보호, 환경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그래서 이런 국민복리, 사회적 약자를 위한 규제와 기업의 성장을 막는 규제는 서로 분리해서 정책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특별자치도인 제주도가 규제경쟁력을 확보해 투자를 유인하고 기술혁신을 촉진하겠다고 해도 풀어주지 않는 규제가 수두룩합니다. 규제 때문에 자기 권한을 지키는 관료들과 기존에 그 규제를 만들어낸 업계들과의 공생관계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는 국가적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대담 홍기영 국장 정리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1호 (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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