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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금융당국 고금리 ‘옥죄기’…증권사 "금리 객관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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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고리 대출 장사" 비판에 칼 뽑은 금융위

메트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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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융자 이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선방안 발표를 앞두고 증권사의 자율적 조치에 시선이 쏠린다. 그간 증권사들은 기준금리가 수차례에 걸쳐 인하되는 동안 많게는 연 11%에 달하는 대출 금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고금리 수취에 대한 비판은 '빚투'(빚내서 투자) 잔고가 18조원 가까이 급증하며 거세졌다. 현재까진 별다른 제도적 규제 없이 금리 산정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이 유력한 가운데 증권사가 어떠한 방식으로 신용공여 한도 조정에 나설 지 주목된다.

◆금리산정 방식 객관화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7조625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17일(17조9023억원) 이후 6거래일 연속 내림세다. 그래도 빚투가 줄어 들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시장에선 신용공여 한도에 다다른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신용대출이 중단되며 나타난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관망세가 끝나면 빚투가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빚투 증가세와 함께 '고리 대출' 비판이 끊이질 않자 금융위원회가 본격적인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달 은성수 위원장이 직접적인 비판을 한 데 이어 금융투자협회와 신용융자 금리를 합리화·투명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금리산정 방식을 객관화시켜서 공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지금까진 조달금리와 가산금리를 구분한 뒤 각 회사가 정한 '합리적 기준'에 따라 산정해 왔다. 이 합리적 기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당국의 옥죄기가 시작되자 새 기준이 나오기 이전에 자발적으로 금리를 내린 곳도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28일부터 영업점 외 계좌, 다이렉트 계좌에 대한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기존 9%에서 8.5%로 내렸다. 삼성증권도 이날부터 같은 방식으로 10.6%에서 9.9%까지 0.6%포인트 인하했다. 앞서 대신증권 역시 10.5%에서 8.5%로 2%포인트 내린 바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검토 단계에 있다"며 "당국이 금리산정 방식에 대한 기준을 정하기 위해 회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당국의 발표에 따를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KB증권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해 세전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 중 신용공여 이자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44.1%로 집계됐다. 주요 증권사 중 이자 수익 의존도가 가장 높다.

NH투자증권은 "지난주부터 내리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고, 한국투자증권도 "한 차례 회의가 있었으나 아직 검토 단계에 있다"고 같은 취지의 답변을 했다.

증권사들은 30일 이하 단기금리로는 4~7%대, 91일 이상 장기금리로는 7~11%대를 매기고 있다. 대체로 고객을 많이 확보한 대형사 금리가 높은 편이다.

A증권 관계자는 "금융위의 압박 때문에 시장에선 이미 금리 인하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투자자 비판이 무서워서라도 예전과 같은 10~11%대 고금리를 유지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빚투 조장할 수도"

볼멘소리도 있다. 회사마다 금리산정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당국 측에서 주장하는 '객관화'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회사 사정에 따라 조달금리와 가산금리를 측정하는 방식이 달라서다.

B증권 관계자는 "회사의 가산금리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진다"며 "반대매매 위험도나 자금 조달 방식, 신용도 차이, 목표로 하는 기대수익률 등 가산금리에 포함되는 복합적인 요인이 많다"고 했다.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금리 산정 개선 방식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리 인하가 오히려 빚투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협회는 업계의 이러한 의견을 수렴해 금융위 측에 전달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회원사들은 신용대출 금리가 높은 것이 단순히 이자 수익을 많이 벌어들이기 위해서만은 아니라고 항변한다"며 "금리를 낮추면 그만큼 접근성이 확대돼 투기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했다.

C증권사 관계자는 "신용거래는 단기 위주 고객이 대부분"이라며 "9%대 이자를 내는 장기 대출 고객은 극히 드물다. 특히 담보대출 고객의 경우 은행에서 신용대출이 되지 않아 차선택지로 오는 투자자가 대부분이어서 어딜 가도 그 정도 이자는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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