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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불법 사찰' 전 국정원 3차장 1심 징역 8개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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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 사찰과 권양숙·박원순 미행 지시 등은 무죄

연합뉴스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종명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1심에서 일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창형 부장판사)는 2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전 3차장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국고에 납입해야 할 돈을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에 사용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에게 금품을 제공한 의혹이 있는 해외 도피자를 국내 압송하는 데 사용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고 공개하는 행위는 국정원이 엄격하게 금지하는 정치관여 행위 또는 이를 위한 준비행위"라며 "국정원의 적법한 직무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수십 년 동안 군인의 길을 걸었고 국정원 차장으로 발탁되기 전까지 범죄 전력 없이 국가에 헌신한 점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했다.

이 전 차장은 2011∼2012년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풍문을 확인하는 이른바 '데이비드슨 사업'과 '연어 사업'에 예산을 사용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각각 데이비드슨 사업에는 4억7천여만원과 1만 달러, 연어 사업에는 8만5천 달러의 나랏돈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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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정원장 (CG)
[연합뉴스TV 제공]



다만 2011년 9월 중국을 방문한 권양숙 여사와 2012년 2월 일본을 방문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각각 미행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권 여사와 박 전 시장을 미행했다는 업무보고를 받은 것을 넘어 공모 관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야권통합 단체를 주도한 배우 문성근씨 등 당시 정부에 반대 의견을 드러낸 인사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사찰을 벌인 혐의도 사실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가 나왔다.

함께 기소된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도 권 여사와 박 전 시장의 미행 등에 가담한 혐의(국정원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가 적용됐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는 직권남용 혐의 성립 여부를 엄격히 따진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으로, 원 전 국정원장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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