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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한라산 점령한 제주조릿대 내년부터 제거사업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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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면적 95% 분포 생태계 위협
고지대 2곳 벌채 방식으로 진행
말 방목은 운영 과정 어려워 제외
한국일보

한라산을 뒤덮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제주조릿대를 베어내고 말을 방목해 먹게 했더니 식물종들이 다시 다양해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라산 만세동산에 설치한 방목장에 풀어 놓은 말들. 제주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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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을 점령한 ‘제주조릿대’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말 방목이 아닌 벌채가 최종적으로 결정됐다. 한라산국립공원 전체 면적의 95%에 분포하고 있는 제주조릿대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최대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국립공원내 제주조릿대 관리방안으로 말 방목과 벌채 등 2개 방안을 놓고 검토한 결과 말 방목보다는 벌채가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내년부터 벌채 방식으로 ‘제주조릿대 1차년도 제거사업’을 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제주 고유 재래종인 제주조릿대는 다년생 벼과 대나무의 일종으로, 최고 1.5m까지 자라고 번식력이 매우 강해 주변에 다른 식물들이 뿌리를 내릴 수가 없어 말라 죽게 된다. 제주조릿대는 한라산에서 말 방목이 금지된 1980년대부터 넓게 퍼져 현재 해발 1,800m 이상 고지대까지 높은 밀도로 군락을 형성하면서 구상나무 등 희귀식물 등을 고사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세계유산본부는 환경부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아 2016년부터 5년간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를 통해 ‘제주조릿대 관리 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결과 한라산국립공원 153.40㎢ 중 146.13㎢(95.3%)에 제주조릿대가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한라산 고지대인 해발 1,400m 이상인 아고산 지역(21.54㎢)은 88.3%(19.03㎢)나 제주조릿대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해발 400m 이상 지역(442.31㎢)에서도 제주조릿대 분포 면적이 78.5%(347.20㎢)에 달했다. 한라산 백록담 분화구 및 암반지역, 습지, 인공시설물 구역, 계곡, 오름 정상부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제주조릿대가 한라산을 점령한 셈이다.

용역진은 또 제주조릿대 제거를 위해 지난 4년간 한라산 만세동산 일원 1㏊에서 말 방목 실험과 한라산 장구목 일대 등 5개 구역 2.8㏊에서 벌채 실험을 각각 진행했다.

실험 결과 말 방목을 통해서는 4년간 제주조릿대 생물량이 최대 96% 감소했고, 분포 식물종은 2016년 36종에서 2019년 52종으로 늘었다. 또 벌채의 경우 제주조릿대 생물량은 같은 기간 최대 92% 줄었고, 분포 식물종은 2016년 37종에서 2019년 65종으로 증가했다. 또한 말 방목 또는 벌채를 최소 4년 이상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제주조릿대의 밀도를 억제하고 생물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자연유산본부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말 방목과 벌채 등 2개 방안을 놓고 검토한 결과 제주조릿대 제거 방안으로 벌채 방식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말 방목은 제주조릿대의 뿌리까지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말 구입과 관리 등 운영 과정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세계자연유산본부는 올해 제주조릿대 관리방안 연구용역이 완료되면 ‘한라산 제주조릿대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문화재청과 환경부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환경부로부터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은 후 내년 제주조릿대 순이 돋아나는 시기인 5∼6월부터 한라산 선잣지왓과 남벽분기점 등 2곳을 시작으로 제주조릿대 제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선작지왓과 남벽분기점을 시작으로 우선 1,800m 이상 고지대에 분포한 제주조릿대를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벌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고지대 이외 지역은 향후 사업효과 분석과 사업비 확보 등을 거쳐 단계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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