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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9 (수)

코로나 때문에 소형차 샀는데…40년 전 만든 사치세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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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편집자주] 독자에게 가치 있는 좋은 정보를 팔 수 있게 만든다(판다)는 의미와 산업 분야의 이슈를 깊이 있게 파헤친다(판다)는 의미로 마련한 코너입니다.

[선임기자가 판다/자동차 개별소비세]생활필수품된 자동차...40년 넘은 개소세법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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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개별소비세/사진=임종철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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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사람들의 이동이 줄었지만, 이동 시 대중교통보다 안전한 개인 이동수단의 수요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소형자동차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버스나 지하철의 인구 밀집도가 높아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려고 소형차라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개별소비세 법상 2000cc 미만 자동차도 사치행위에 해당하는 '개별소비세 대상'이어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70% 감면해주던 조세특례제한법의 해당 조문이 지난 6월말로 끝나 이를 연장하도록 하는 개정안(추경호 의원안, 이용욱 의원안)이 현재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정쟁으로 이 발의안은 전혀 논의되지 못하고 있고, 시간만 흐르고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의 감면 조항이 만료된 상황에서 조세 정의와 입법의 취지가 무색하게도 고가 수입자동차에게만 더 유리한 제도로 7월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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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0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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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많은 지하철은 피해요..자동차 이용 빈도 늘어나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직장인 A씨는 출근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붐비는 지하철은 피하고 싶어 여러 대의 열차를 놓치는 경우가 요즘 더 늘고 있다고 한다.

40대 중반의 가장인 그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으면 다음 열차를 기다리게 된다"며 "요즘은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자동차로 출근하는 게 좋을 듯해 차를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더 늘었다"고 했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가족들을 감염의 위험에 더 노출시키는 데 대한 부담 때문이다.

직장을 다니는 동생과 함께 생활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30대의 B씨는 "고향 부모님이 쓰시던 소형차를 서울로 가져와서 쓰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게 꺼려져 승용차로 동생 출퇴근도 시키고, 저도 이 차로 취업 학원을 다닌다"고 했다.

이처럼 승용차의 활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자동차에는 부가가치세 외에도 사치품에 매기는 개별소비세 (과거 특별소비세: special consumption tax)가 차량 출고액이나 수입액의 5%나 돼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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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2일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아트슈퍼마켓 사전행사에서 모델이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를 선보이고 있다. 냉장고는 한때 사치품으로 분류돼 개별소비세(당시 특별소비세) 부과대상이었지만 일반화되면서 과세대상에서 제외됐다./사진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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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냉장고·TV도 사치품…필수품 자동차에 사치세가 웬말(?)


개별소비세는 특정한 물품이나 특정한 장소에의 입장행위, 유흥음식행위, 영업행위에 대해 부과되는 사치 소비세다.

1977년 7월 1일부터 도입된 단일세율인 부가가치세의 역진성(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부담을 지는 것)을 보완하고, 사치성 소비품목 등에 중과하기 위해 만든 것이 특별소비세였고, 그 이름을 2008년 개별소비세(이하 개소세)로 바꿨다.

주요 개소세 적용 물품에는 보석·귀금속·모피·오락용품·고급사진기·자동차·휘발유 등이 있고, 주요 장소로는 경마장·골프장·카지노·유흥주점 등이 있다. 과거에는 냉장고·TV 등 가전제품들도 포함됐으나, 이런 가전이 생활화되면서 개소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자동차의 경우도 부유층만의 전유물이었던 것이 국민 2.2명당 1대씩으로 2000만대를 넘어서는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개소세 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고가의 수입자동차가 아닌 소형 승용차의 경우 사치조장을 막기 위한 조세의 취지 등을 감안하더라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주요 현안 입법리포트에서 "냉장고와 TV 등 다양한 물품이 과거에 개별소비세가 부과됐지만, 이후 소비가 보편화됨에 따라 과세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자동차도 개별소비세 70% 감면을 연장하는 조세제한특례법 입법화와 함께 아예 소형차는 과세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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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세특례제한법 제109조의4 항목.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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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진작책 개소세 인하 조세특례제한법 조항 지난 6월말 일몰


정부는 전후방 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감안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 제109조의4(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를 지난 3월 시행했다.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은 조세의 감면 또는 중과 등 조세특례와 이의 제한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 과세의 공평을 도모하고 조세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이 법 제109조의4의 1항에는 '개별소비세법' 제1조 제2항 제3호(개소세 5% 세율 적용)에 따른 자동차를 2020년 3월 1일부터 2020년 6월 30일까지 제조장에서 반출하거나 수입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개별소비세액의 100분의 70(70%)을 감면한다고 돼 있다. 또 3항에는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감면액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100만원을 감면한다고 규정돼 있다.

6월말 이 조항이 일몰됨에 따라 조세감면의 혜택이 사라지자 정부는 7월 이후 법 개정 없이 시행령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도인 개소세율 3.5%를 적용하고 있다.

물론 조특법 109조의 4가 일몰돼 '1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100만원을 감면한다'는 3항도 사문화됐다. 이로 인해 저가의 소형차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고, 고가의 수입차들이 개소세 인하 효과를 더 보는 역진성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개소세 감면 축소 후 국산차 5.6% 판매 감소...수입차 20% 증가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자동차 마케팅 전략 면담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내수판매(11만1847대)는 5.6% 감소했다. 6월과 7월에 각각 41.0%, 9.9%씩 증가했지만 8월 이후부터는 세제혜택 축소 등의 영향으로 판매가 감소세로 반전됐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전체 판매는 상반기(5.9% 증가)보다 증가세가 둔화돼 정체되거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올해 연간 내수는 전년 수준인 152만대에 머물 것으로 KAMA는 예상했다.

반면 전체 수입차는 8월 판매량(2만1894대)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8%나 늘었다. 특히 고가 수입차인 람보르기니는 지난 8월 올해 최대 판매량인 33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1대)보다 12대(57.1%) 늘었다. 포르쉐는 지난 8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9%, BMW는 69.0%, 롤스로이스는 21.4% 급성장해 국내산 판매와 대조를 이뤘다.


개소세, 3억 수입차 세부담 350만원 줄고...국산 중형차는 55만원 세금 늘어


이 기간 개소세 효과는 국내 중형차보다 고가 수입차에 더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개소세가 1.5%로 낮춰졌을 때 적용됐던 감면한도 '100만원'이 7월부터 사라지면서 고가 수입차의 개소세 감면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3억원짜리 고가수입차를 살 때 기존 5% 개소세를 적용했을 때는 개소세를 1500만원 냈다. 그러나 개소세율이 1.5%로 낮아지면서는 1400만원을 냈다. 개소세 산정액이 450만원(감면액 1050만원)이지만, 감면한도 100만원을 넘어서 금액(950만원)은 감면에서 제외돼 실제는 1400만원(450만원+950만원)의 세금을 내야 했다.

7월 이후 개소세율이 3.5%가 되고 100만원의 감면한도가 사라지면서 3억짜리 고가수입차가 내야 할 개소세는 1050만원으로 원래의 5% 세율때보다 450만원, 지난 3~6월 기간에 내던 개소세보다도 350만원이 줄어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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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3000만원 짜리 중형차의 경우 5%일 때는 150만원의 개소세를 냈고, 1.5%로 세율이 낮아졌을 때는 50만원을 냈지만, 3.5%로 세율이 조정되면서는 직전 혜택보다 55만원이 더 많은 105만원을 내게 됐다.

3억짜리 고가 수입차는 세금 절감효과가 10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늘어난 데 비해 3000만원 짜리 국산 중형차는 100만원을 절감하던 것에서 45만원 절감으로 세금혜택이 줄어드는 역진성이 발생한 것이다.


소형차 개소세 과세대상 빼야…조특법 개정안 처리도 서둘러야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6월 발의된 조특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 하반기에 법 개정이 이뤄졌어야 하는데 국회 원구성이 늦어지면서 시기를 놓쳤고, 또 다시 국회가 공전하면서 민생법안이 표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부연구위원은 "11월 세법 개정안 논의 때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들을 하고 있지만, 이미 늦었다"며 "시기가 하루라도 늦어질 경우 자동차 산업과 후방산업의 위기는 더 심화될 수밖에 없어 서둘러 민생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도 "상반기 개소세 인하로 내수확대 효과가 있었으나, 하반기 인하 폭이 줄어들면서 수요 위축이 즉각적으로 발생했다"며 "7~12월 구매분에 대해서도 70% 감면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개소세 과세대상에서 소형차를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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