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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제2의 나이스 사태 막아라”…칼 빼든 정부, 실효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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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SW사업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 시행 7년만에 개선안

조기심사·신청횟수 제한·신기술심의 변경 등 포함

'나이스' 4수 사태 막겠지만 업계 "기대반 우려반"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정부가 공공소프트웨어(SW)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전면 제한한 지 7년만에 제도 개선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28일 공청회를 열고 ‘공공 SW 사업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제도 시행 이후 제기돼 온 다양한 목소리와 변화된 환경을 반영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방향성이 모호하다며 ‘기대 반 우려 반’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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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는 28일 오후 온라인으로 공공SW 사업 대기업의 참여제한 제도 개선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업계의 의견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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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가능성 높이기 위해 조기심사제 도입·예외신청횟수 제한

이번 제도 개선안의 주요 내용은 최근 논란이 됐던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구축 사업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교육부가 지난해 말부터 나이스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해 달라며 4번에 걸쳐 신청했으나, 과기부가 모두 반려하면서 사업 발주가 1년이나 지연됐다.

교육부는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 일정이 지연돼 혼선을 빚었다. 나이스 사업 참여를 준비하고 있던 기업들도 올해 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겼을 뿐 아니라, 관련 인력 관리 등 비용 부담에 대한 애로사항을 호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나이스 사태는 현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과기부는 이같은 사태로 인한 비효율을 줄이고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조기심사제도를 도입하고 대기업 참여 예외 인정 신청 횟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발주기관은 앞으로 사업계획서 작성 단계부터 해당 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대기업 참여 여부 결정시기가 현행보다 최대 1년 가량 앞당겨지게 되는 것이다. 또 예외 인정 신청 횟수는 2회로 제한해 심의 장기화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박준국 과기부 SW산업과 과장은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정보 공개를 확대함으로써 대·중견·중소 기업 모두 경영 계획과 전략을 수립하고 사업을 준비하는 데 용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기업 참여 예외 신청 시기를 앞당기면서 횟수는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예외 인정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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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 확대는 환영…부분인정제도 도입 효과엔 “글쎄”

이번 개선안에는 대기업 참여 공공SW사업에 대한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대기업의 공공사업 참여 기회를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 대·중견·중소를 막론하고 정보 공개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환영했지만, 신기술 적용 사업 심사 기준 변경이나 대기업이 하도급 형태(지분률 20% 이하)로 참여하는 부분인정제도 등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다.

우선 어떤 사업이 대기업 참여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나 공공SW사업 입찰 참여 기업의 이전 사업 수행 성과 등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한 중견 IT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은 사업 계획이나 전략을 수립할 때 참고할 수 있고, 발주처의 막연한 대기업 선호 현상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대기업의 공공SW사업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정작 대기업측에서는 큰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신기술 적용 트랙의 경우 심사 기준이 더 까다로워졌고, 대기업이 하도급 형태로 참여하는 부분인정제도나 긴급장애 대응의 경우 정작 해외 레퍼런스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아 대기업 수요는 크지 않다는 비판이다.

한 대형 IT 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해외 진출을 위해 공공사업 레퍼런스 확보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10~20% 낮은 비율로 사업의 일부만 참여하려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50층짜리 빌딩을 짓는데 설계작업에만 참여한 것을 레퍼런스로 활용하긴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실익은 없으면서 책임은 나눠서 져야 하는데 뭐하러 들어가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날 공청회의 참석한 전문가들도 부분인정제도를 조금 더 정밀하게 다듬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석진 고려대 교수는 “대기업 참여 비율을 20% 이내로 제한했는데 명확한 기준이나 근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영훈 한국SW산업협회 실장은 “문제가 생겼을 경우 대기업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대기업도 하도급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견기업계에서는 공공SW사업에 대한 대기업의 참여 방안이 늘어나면서 대기업 쏠림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신기술 적용 사업에 대한 예외인정 트랙은 아예 없애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과기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나온 업계의 의견을 검토해 10월 중 제도개선안을 확정하고, 올해 말 SW산업진흥법 전면개정안 발효와 함께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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