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에 반도체 공급길 막히자
삼성 추격 '강한 2위' 구상도 차질
올해 말·내년 초 IPO 재추진 방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세계 2위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키옥시아홀딩스’가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여파로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 올해 상장해 키옥시아를 삼성전자와 맞상대할 수 있는 ‘넘버2’로 키우려던 일본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다음달 6일로 예정됐던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하야사카 노부오 키옥시아 최고경영자(CE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시장 변동성 등을 이유로 들며 “이 시기의 기업공개(IPO)는 주주의 최대 이익에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키옥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화웨이 제재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키옥시아는 전체 매출에서 스마트폰용 플래시메모리가 약 40%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화웨이 수출 규제가 지난 15일부터 발효되면서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강한 2위’로 도약하려던 키옥시아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는 기술력이 뛰어난 키옥시아가 상장하면 자금조달과 제휴 등이 수월해져 2위 집단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상장 연기로 낸드플래시 1위 기업인 삼성전자를 따라잡고 중국의 추격에도 대비하겠다는 ‘강한 2위’ 구상이 난항을 겪게 됐다”고 분석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5.9%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키옥시아는 19%로 뒤를 이었다.
키옥시아 측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상장을 다시 추진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이번 상장이 성사되면 공모 시가총액이 1조5,000억엔(약 16조5,000억원)을 넘어 올해 일본 내 최대 IPO가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키옥시아의 최근 공모 희망가 범위는 주당 2,800∼3,500엔으로 8월에 제시한 3,960엔보다 크게 낮아진 상태다. 닛케이는 화웨이 제재 외에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나쁜 것도 키옥시아 IPO의 흥행이 부진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상장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키옥시아에 투자한 SK하이닉스(000660)가 키옥시아에 대한 경영권 강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닛케이는 “SK하이닉스는 오는 2028년까지 의결권의 약 15%까지만 가질 수 있지만 이후에는 상한선이 없다”면서 “키옥시아의 상장 난항으로 투자가 막힐 경우 SK에 포식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2018년 6월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연합컨소시엄은 키옥시아의 전신인 도시바메모리를 180억달러(약 21조1,160억원)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키옥시아 지분은 한미일연합과 도시바가 각각 49.9%, 40.2%씩 보유하고 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