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대인플레이션 하락…디플레이션 우려로
미국 보수성향 대법관 지명…경기부양책 부재 장기화 전망
달러 강세 이어져…금가격 약세 전망
사진=AFP |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치 리스크가 부각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미국 대법관 인준 갈등으로 추가 경기부양책 통과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견인했던 정책당국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발목 잡히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는 돈이 몰리고 디플레이션 우려도 다시 번지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경제통계(FRED)에 따르면 10년물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Breakeven Inflation Rate·이하 ‘BEI’)은 25일(현지시간) 기준 1.56%로 이달들어 0.22%포인트 하락했다. BEI는 국채 금리에서 물가채 금리를 뺀 값으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나타낸다. 반면 같은 기간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 하락폭(0.0487%포인트)이 미미했다. 즉 명목금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뺀 실질금리는 상승했다는 뜻이다. 이는 경기침체 및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 방어수단인 금의 랠리를 잠재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산매입 등을 통한 추가 유동성 확대 조치 가능성 등에 다소 매파적(긴축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고, 미국 국회의 추가 부양안 처리 가능성이 대선 이후로 미뤄질 것이란 전망은 더욱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한 보수성향을 지닌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법원 판사를 진보성향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의 후임자로 지명하면서 미국 대선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의 확대 부양안(2조4000억달러)에 대해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동의를 이끌긴 어려워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앤드루 헌터 캐피털이코노믹스(CE)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법권 인준 대결이 11월 대통령 선거 전에 추가 부양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달러는 오르는데 금이 내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달러가 시중에 더 풀리지 않을 것이란 기대는 달러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면 지난 5월 이후 금의 랠리가 인플레이션 헤지(Hedge) 수단으로서 부각했던 만큼 금은 디플레이션 우려로 하락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떠받쳤던 정책의 부재는 그동안 상승했던 자산 가격의 하락을 이끌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코로나19 재확산과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적 혼란 등으로 실질금리가 상승하며 경기 둔화와 디플레이션 재현 우려를 가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의 강세를 견제할 유로화도 유럽 코로나19 재확산세가 급속도로 확대하면서 어두워진 경기 전망에 주춤하고 있다. 유로·달러는 이달 2.8% 하락한 1.163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연준이 추가적 금리인하나 양적완화를 시행하지 않더라도 장기간 제로(0)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달러 약세 흐름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 대선 불확실성 등으로 달러 약세 흐름의 모멘텀은 약화됐다”며 “달러화 상승 흐름은 우선 94.3선 안착 여부에 주목된다”고 전망했다. 달러 인덱스는 94.682에 거래됐다.
원자재 전문가들은 금 가격이 다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진영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대선 불확실성에도 중장기적 측면에서 보면 원자재 시장에 영향을 주는 3대 요소(약달러, 인프라투자, 인플레이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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