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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상법개정안이 최대 위협…70社중 1곳만 "투자·고용 늘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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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옥죄기법 공포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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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운영에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지만 실수가 있었다고 기업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처벌을 가하는 것은 문제다.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관련 중소기업들과 수많은 직원들 삶까지 무너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등 정부·여당이 내놓은 '기업규제 3법'에 더해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라는 시한폭탄까지 떠안게 된 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기업 활동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매일경제가 지난 25일 주요 대기업과 중견기업 70개사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는 이 같은 기업들의 우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다수 기업이 정부·여당의 각종 규제입법이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응답기업의 74%가 규제 입법으로 인해 자사 투자와 고용이 위축될 것이라고 답했다. 투자와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응답기업 2곳 중 1곳(48%)은 정부·여당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규제 법안 중 경영에 가장 큰 위협 요소로 상법 개정안을 지목했다. 상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를 저지시켜야 할 법안' 1위(44%)로도 꼽혔다.

상법 개정안 세부 내용 중에서는 이날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전면 확대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 응답기업 65곳 중 29곳(39%)이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31%)과 감사위원 분리 선임(18%) 등이 뒤를 이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기업이 고의나 과실로 손해를 끼쳤을 때 손해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다. 피해자 중 일부가 제기한 소송으로 모든 피해자가 함께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인 집단소송제 도입과 맞물려 국내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는 증권 분야에만 도입된 집단소송제를 전 부문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현재 일부 분야에만 규정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일괄 도입한 상법 개정안을 28일 입법예고했다. 경영계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과거 고도성장기에 대기업이 잘못한 게 있었고 그에 따라 강력한 법안들이 생긴 것을 이해하지만 오늘날 대기업은 과거와 달리 상당히 투명해졌다"며 "코로나19로 경영 환경이 최악인 상황에 기업 활동을 추가로 옥죌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중견기업 임원은 "소비자를 보호하는 방법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만 있는 것이 아닌데 정부가 반기업 정서에 편승해 기업을 옥죄고 있다"며 "인력과 자금 등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억울하게 망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 법무부가 앞서 지난 6월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에 대한 우려도 컸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임무를 소홀히 해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모회사 주주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기업 소송 리스크를 급격히 늘리는 독소조항으로 지적받고 있다. 비상장회사 주식 지분의 100분의 1이나 상장회사 지분의 1만분의 1만 보유해도 해당 회사가 50% 이상 출자한 자회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견지주사인 풀무원과 한국콜마홀딩스의 경우 지난해 말 종가 기준으로 4000만원어치 안팎의 지분을 확보하면, 중소기업 상장사의 경우 100만원대 지분만 확보해도 자회사들을 대상으로 소송 제기가 가능해진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 조항은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중 최소 1명 이상은 이사 선출 단계부터 따로 뽑되 선출할 때는 최대주주 의결권을 특수관계인 포함 최대 3%까지로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 역시 최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재산권 행사를 규제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한 중견기업 IR 담당 임원은 "시가총액이 적은 기업들은 기관투자가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개인투자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소액주주들이 주가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을 괴롭히고 경영을 방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블랙컨슈머와 같은 악질 소액주주들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현 기자 / 이덕주 기자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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