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군은 북한군이 실종 공무원을 사살하는 일까지 벌일 것이라고는 예상 못 했다고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공무원 구조에 최선을 다했는지에 대한 비판이 야권을 중심으로 끊이지 않는다. 김 위원장의 사과 한마디에 너무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여당은 정치 공세와 장외 투쟁 이전에 사건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여야의 시각차가 크지만, 사건 경위를 둘러싸고 핵심적인 사안들에서 남과 북의 판단이 엇갈리는 점은 분명한 현실이다. 희생된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월북 시도를 했는지와 시신이 불태워졌는지 여부가 그것이다. 시신 훼손 여부를 둘러싼 이견은 이날 국회에서 대북 결의안이 불발된 원인이기도 하다. 이들 매듭을 풀지 않고서는 그 이상 실마리를 찾기가 불가능하니, 전제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이는 정쟁은 소모적일 수 있다. 북한이 이미 협조 의사를 밝힌 시신 수습은 물론이고 정부가 북한에 요청한 공동조사가 시급한 이유다. 이를 위한 군사통신선의 복구와 재가동도 북한이 신속히 호응해야 할 시점이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최고지도자의 신속한 사과문을 내며 큰 틀에서는 협조의 길로 들어섰지만, 각론에서는 일정 수준 견제구를 날린다. 시신 수습과 송환에 협조하겠다면서도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무단 침범 행위를 중단하라고 엄포를 놓은 게 대표적이다. 남측이 수색 작업 중 북측 해역을 침범했다는 주장인데, 이는 남북이 규정한 해상 경계선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측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실질적인 해상분계선으로 삼고, 북측은 1999년 일방적으로 선포한 서해 해상경비계선을 주장한다. 2018년 9·19 군사합의서에서도 정리하지 못할 정도로 입장차가 첨예하지만, 시신 수습이 최우선이라면 북측이 경계선 문제를 제기할 때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비극적인 사건이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대화와 협력의 기회를 만들고 남북관계 진전 계기로 반전되기를 기대한다는 언급도 했다. 정상 간 친서까지 교환한 남북이 장차 어떤 식으로든 관계 회복의 물꼬를 트려면 이번 사건의 원만한 해결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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