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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특별기고] UAE 사막에 활짝 핀 K농업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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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유례없는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 내습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지만 다음 달이면 황금 들녘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 이외에도 지구상에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는 많다. 의외로 사막의 중동에서도 쌀을 먹는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1인당 쌀 소비량은 연간 95㎏으로 우리나라 59.2㎏(2019년 기준)의 1.6배에 이른다.

코로나19로 인해 각국에서는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쌀을 포함한 대부분의 농산물을 인근의 인도, 파키스탄 등으로부터 수입하는 UAE는 지속가능한 국가 차원의 식량생산 시스템 개발과 현지 생산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UAE 국가식량안보전략 2051'을 2018년 발표했다.

올 4월 UAE 기후변화환경부 알제이오디 장관은 블룸버그통신 인터뷰를 통해 UAE 사막지대인 샤르자에서 한국·UAE 벼 재배 프로젝트가 획기적 성공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2018년 한국·UAE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농업기술협력 사업의 하나로, 농촌진흥청이 2019년 말부터 2020년 4월까지 UAE 사막지대인 샤르자에서 진행한 벼 재배 실증실험이다. 10a당 수확량이 763㎏으로 한국에서 재배할 때 수확량(538㎏)보다 40%가량 많았다. 과제는 경제성 확보다. UAE에서 바닷물을 처리해서 농업용수로 공급하는 물 1t 가격이 1300원에 이른다.

한국농어촌공사는 UAE 벼 재배의 경제성 확보방안 마련을 위해 2차 실증재배를 농촌진흥청과 함께 지난 8월부터 UAE 샤르자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다. 벼 재배규모도 1차 재배 시의 2268㎡(687평)에서 4662㎡(1554평)로 확대하는 실증포장 조성을 지난 9월 5일 마무리했다. 실증포장에는 UAE 신임 기후변화환경부 알누아이미 장관이 방문, 큰 관심을 보였다.

이번 2차 실증에서는 경제성 확보를 위해 인력보다는 기계를 사용하는 농지기반 정비와 관개용수 사용량 절약을 위해 지표 30㎝ 아래에 불투수 경반층을 조성, 작토층 아래로 없어지는 물을 절약하는 새로운 방법을 적용했다.

UAE에서 벼는 담수 상태가 아닌 마른 사막 토양에서 일반 밭작물과 달리 고랑에서 재배한다. 이는 관개용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 농촌진흥청이 고안한 물 절약 방법이다. 2차 실증에서는 1차보다 관개용수를 더 줄이기 위해 포기마다 물을 주는 점적관개, 가끔식 물을 주는 간단관개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벼 재배 확대를 위해 최신 정보통신기술(ICT)과 농업용수 관리 전문기관의 노하우를 접목, 수원에서 경지까지 관개용수를 원격으로 자동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용수공급 관리기술 적용과 함께 관개수원 확보방안으로서 하수처리수 재활용이나 지하댐 건설의 필요성도 검토할 계획이다.

농업용수 목적의 하수처리수 재활용 기술은 국내 김해 화훼농가 등에서 상용화돼 있다. UAE 북동부 산악지역은 연평균 강우량이 UAE 일반지역의 70㎜보다 2배 이상 많은 160㎜이지만 집중호우여서 순식간에 흘러내려 없어진다. 투수성이 높은 사막 모래토양 특성을 고려할 때 지하댐 타당성은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농업용수 공급용 지하댐이 5곳이나 운영 중이다.

아무쪼록 세계 10대 물부족 국가에 속하는 UAE의 척박한 사막 모래땅에서 진행되는 한·UAE 벼 재배 2차 실증 프로젝트가 1차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둬 UAE를 포함한 중동과 북아프리카 사막 건조지역에 보급되는 K농업 수출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

장정렬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硏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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