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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술의 세계

인간·동물·무생물 사이의 세계…양혜규 개인전 'O₂ & H₂O'(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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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29일 개막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O₂& H₂O' 전 언론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2020.9.28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다리미, 헤어드라이어, 냄비, 빨래건조대 등 일상에서 흔히 보는 물건을 닮았는데 낯설고 기묘하다.

사람보다 큰 덩치의 조각들은 어떤 생명체나 로봇처럼 보이기도 한다. 바퀴와 손잡이가 있고, 동물 털 같은 플라스틱 끈도 달렸다. 바깥쪽을 수많은 방울이 감싸고 있어 움직이면 소리가 난다.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양혜규의 신작 '소리 나는 가물(家物)'은 생명체와 기계, 사물과 인간 사이 어느 지점에 있거나 서로 몸을 섞은 듯한 '혼종'이다.

인조 짚으로 엮은 조각 연작 '중간 유형'도 구렁이, 이무기를 연상케 한다. '걸어 다니는 서리 맞은 분할 용기'는 발이 달린 소쿠리 모양이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에서 29일 양혜규 개인전 'O₂ & H₂O'가 개막한다.

현대자동차 후원으로 2014년부터 매년 국내 중진 작가 1명의 개인전을 여는 'MMCA 현대차 시리즈'의 7번째 전시다. 양혜규의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채로운 재료를 활용한 복합적인 조각과 대형 설치 작품을 선보여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물질의 의미에 주목하고 '현실의 추상성'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생명 유지의 필수 요소인 산소와 물은 자연 상태에서는 물리적 현실이지만 인간이 고안한 화학기호에서는 특정하게 추상화된다. 전시 제목은 인간이 감각하는 경험의 추상적 성질을 미술 언어로 추적해온 작가의 관심사에서 비롯됐다.

신작을 다수 포함한 약 40점의 작품은 전통과 미래, 동양과 서양, 현실과 환상,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복합적인 서사를 담고 있다.

조각과 설치 작품 외에 벽지 작업 '디엠지 비행', 디지털 콜라주 현수막 '오행비행' 등 새로운 형태의 작품도 눈에 띈다.

높이 10m에 달하는 블라인드 조각 '침묵의 저장고-클릭된 속심', 개념미술가이자 미니멀리즘 작가인 솔 르윗(1928~2007)의 큐브형 원작을 재해석한 '솔 르윗 뒤집기'도 선보인다.

작품에는 오늘날 현대 문명이 처한 초현실적 상황에 대한 작가의 사유도 담겨 있다.

28일 전시장에서 만난 양혜규는 "나는 1990년대 글로벌리즘 안에서 경력을 쌓은 작가"라며 "글로벌리즘의 결과물에 상당히 독성이 강한 것도 많지만, 그럼에도 그 안의 성취까지 팬더믹 시대에 다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종주의와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팬더믹 방역을 각국이 연대해 대처하지 않고 또 다른 국가주의 형태로 경쟁한다면 글로벌리즘에서 배운 것이 정말 없는 것 아니냐"라고 우려했다.

또한 "국제적인 커뮤니티가 생기고 정보로만 접하던 땅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능력이 지난 20~30년간 키워졌는데 그것마저 잃으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시에서 인간, 생물, 무생물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누가 더 잘하나 경쟁하면 세균과의 전쟁에서 인간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왕성하게 작업해온 양혜규는 동시대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베네치아비엔날레, 카셀도큐멘타 등 대형 국제 전시에 참여했으며 파리 퐁피두센터, 뉴욕 현대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등 권위 있는 미술 기관에서 초대전을 개최했다. 2018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독일 볼프강 한 미술상을 받았고, 현재 모교인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 순수미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 전시 오디오 가이드는 배우 정우성이 재능 기부로 참여해 양혜규의 주요 작품을 설명한다.

전시와 함께 양혜규의 국내 첫 한국어 선집 '공기와 물: 양혜규에 관한 글모음 2001-2020'이 출간된다. 지난 20년간의 작품 활동에 관한 국내외 미술계 필진의 글 36편을 연대순으로 엮은 책이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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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규 작가 [현대자동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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