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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궁지 몰린 북, 통신망 복구 수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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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조사 제안에 계속 무반응

내년 당대회 등 일정 앞둬 부담

최소한의 조치 수용 가능성도

[경향신문]

북한군의 남측 민간인 사살 사건은 제재와 코로나19 방역, 수해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몰려 있는 북한에 또 하나의 대형 악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미안하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낸 것은 사건의 파장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공동조사 제안에 반응하지 않는 것도 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관심거리가 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이 공동조사 제안에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북측이 내년 1월 당 대회까지 리스크 요인을 최소화하려면 정부의 진상규명 요청에 마냥 침묵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 결단으로 서해 지역 군 통신선 복구를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 27일 남측의 해상 수색활동에 ‘영해 침범’이라고 주장하면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다시 꺼내든 것도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NLL 문제는 2018년 남북 군사합의에서도 ‘NLL 일대 평화수역 조성’이라는 원칙적 합의 외에 구체적 기준은 정하지 못한 채 미완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북한이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불미스러운 일을 예고하게 한다”고 압박을 가한 것은 NLL 문제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여서 언제든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관심의 초점을 ‘진상규명’에서 ‘전쟁 발발 가능성’으로 옮기기 위한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이번 사건으로 수세에 몰렸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 문제가 이슈화되는 것은 불리하다”며 “북한은 이 사건이 김 위원장의 사과표명으로 빨리 종결되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남북 간에는 군 통신선이 단절돼 있다. NLL을 둘러싼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은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군사적 충돌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한은 미국 대선을 주시하고 있는 데다 내년 1월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할 8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혼란스러운 대외 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남북 간 대화가 끊긴 상태이긴 하지만 남북관계를 적대적으로 가져가는 것은 부담이다. 북한이 정부의 진상규명 요청을 무대응으로 일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남북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를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충실하게 사건 경위를 다시 설명하고 남북 간 긴장 고조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인 서해지역 군 통신선 복구에 응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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