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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 사이…문 대통령의 ‘대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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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에 “공동 해법” 제안

대화 통한 해결 의지 불구

북측 주장 검증 쉽지 않아

남 첩보자산 노출 우려도

[경향신문]

경향신문

주호영 원내대표(맨 앞)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북한의 우리 국민 학살만행 규탄 긴급 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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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북한군의 남측 민간인 사살 사건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남북 공동 대응을 거듭 강조했다. 사건 경위에 대한 남북 간 입장 차가 있는 만큼 공동으로 진상을 규명하고, 이를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북한이 수용할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공동조사를 위해선 북측의 협조를 끌어내야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부가 북한 책임론을 제대로 제기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남남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상황 관리 ‘딜레마’에 놓여 있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부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요구한 지 하루 만에 북측이 김 위원장의 사과를 담은 통지문을 보내온 것에 대해 “사태를 악화시켜 남북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분명한 의지 표명”이라고 평가했다. 또 “김 위원장도 남북관계가 파탄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남북이 공동으로 해법을 모색해나가자”고 했다. 남북 간 군 통신선의 복구도 요청했다.

청와대는 전날 문 대통령이 주재한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도 남북공동 조사, 군사통신선 재가동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남북 간 군 통신선이 가동됐다면 이번과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북 공동조사로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규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군 안팎의 관측이다. 북한의 주장을 국방부가 검증할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또 이 과정에서 국방부의 첩보자산이 북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공동조사에 응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문 대통령이 ‘공동 조사’란 표현 대신 ‘공동 해법’으로 수위를 조절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공동 해법’을 강조한 것은 사안이 엄중한 데다, 남측 단독 조사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북측이 서면조사나 추가 조사 등 제한된 형태로라도 공동 조사에 응한다면 이를 계기로 대화의 물꼬를 트고 남북관계를 반전시킬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외신들이 김 위원장의 사과를 ‘극히 이례적’ ‘남북관계의 위기가 될 수 있었던 일을 막은 것’ 등으로 평가했다면서 국내 일부 언론을 향해 “북한의 사과통지문을 (정부가) 긍정평가한 것을 깎아내리는 보도가 다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2015년 목함지뢰 도발 사건 때 북측이 ‘유감’을 전하자 당시 언론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보도와 비교하기도 했다.

다만 북측의 협조가 절실하다보니 청와대가 북한 책임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유화적인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점은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우리 국민을 죽인 북한은 각별하고, 이유 없이 살해되고 불에 태워진 국민에겐 ‘경위와 상관없이’라는 조건부 애도를 표했다”며 “국민이 죽었는데 슬픔의 가치마저 저울질하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주영·곽희양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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