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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돌봄서비스 하루 최대 24시간→4시간…65세 생일이 두려운 중증 장애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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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최중증장애인은 간병인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다. 한 중증장애인이 욕창을 막으려고 엉덩이와 다리에 천과 베개를 괴어놓은 채 누워 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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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65세 넘으면 지원 사라져
서울시, 30여명 한시적 지원

‘국고보조’ 국회 통과 불확실
인권위 법 개정 권고도 무시

“생명 위협으로 이어질 수도
조속 법 개정·정부 결단을”

A씨(65)는 4세에 뇌성마비 판정을 받고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았다. 그는 1급 중증장애인이다. 그를 보살펴줄 가족은 없다. A씨는 올해 초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더 이상 받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만 65세가 넘으면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던 장애인들도 노인장기요양급여 대상자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노인장기요양급여로 넘어가면 하루 최대 24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던 장애인들도 최대 4시간으로 활동지원이 제한된다.

A씨는 65세 전까지 하루 10시간의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65세 생일을 맞은 이후부터 그가 ‘장애인’으로서 받아온 모든 지원은 사라졌다.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장애인은 법상 ‘65세 미만’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노인은 65세를 넘기면 ‘장애’는 사라지고 ‘노인’만 남는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지난 6월부터 올해 만 65세가 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루 평균 11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급여 대비 하루 평균 7시간 이상 추가지원되는 셈이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6월부터 현재까지 24명의 서울 거주 장애인이 시의 활동지원을 받고 있다. 올해 말까지 총 30여명이 지원받을 것으로 서울시는 예상했다.

문제는 서울시의 지원도 올해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해당 사업을 내년도 국고보조사업으로 편성해 예산안을 정부에 제출했지만 통과 가능성은 낮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에 소요되는 비용은 국가가 50%, 지자체가 50% 부담한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 없이 지자체가 자체 사업으로 65세 이상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계속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법 개정이 필요한 문제이지만 이 역시도 국회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만 65세 이상 장애인들이 활동지원을 계속 받는 것을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을 다수 제출했으나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 출범 후 장애인지원법 개정법률안 등 총 5건의 개정안이 올라왔으나 석 달째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예산’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 수급자에게 만 65세 이후에도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경우 2021년 기준 약 6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가게 된다. 복지부는 2016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 활동지원 수급자인 장애인의 경우 만 65세가 되면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와 노인장기요양보험 중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을 권했으나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손발도 움직일 수 없는 최중증장애인이 65세가 됐다는 이유로 하루 4시간밖에 활동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 생명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장애인이 연령에 관계없이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조속한 법개정과 정부의 결단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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