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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대전, 자동차가 점령한 자전거도로 ‘아찔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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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지난 26일 자전거를 타고 대전 유성구 월드컵대로의 자전거전용도로를 달리던 한 시민이 불법주차 차량들에 막히자 차도로 진입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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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 상대로·월드컵대로 등
트럭 등 불법주차로 막히고
관리 부실로 곳곳 ‘움푹움푹’

차도 넘나들다 사고 위험도
“더 강력한 단속·관리 필요”

“끼익∼.”

토요일인 지난 26일 오전 대전 유성구 도안지구 상대로의 자전거전용도로. 자전거를 타고 도로에 들어서자마자 제동을 걸어야만 했다. 승용차·트럭 등 온갖 차량이 자전거전용도로를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핸들을 꺾어 차도로 들어서려는 순간, 뒤에서 승용차 한 대가 달려왔다. 자칫하면 자동차에 치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사고는 피했지만,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근 자전거전용도로에서는 트럭 2대가 판매대를 설치한 채 물건을 팔고 있었다.

월드컵대로의 자전거전용도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유성생명과학고 앞 인삼네거리에서 유성고 후문까지 나 있는 이곳에도 차량들이 불법주차하고 있었다. 자전거가 온전하게 달릴 수 있는 구간은 절반도 안 됐다.

“화가 나요. 자전거도로가 다 막혀 있어 결국 차도로 들어가야 하는데 시속 60~70㎞로 달리는 차량이 너무 무서워요. 왜 이런 불법주차를 단속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베트남 출신으로 인근 주택가에서 생활한다는 30대 여성은 아예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는 중이었다.

자전거도로와 차도를 구분하기 위해 설치한 플라스틱 구조물 중 상당수는 깨져 있었다. 수많은 자동차가 주차를 위해 밟고 지나다녔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구조물은 모두 사라지고 쇠로 된 볼트만 돌출돼 있는 곳도 많았다.

대전지역 자전거도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에는 294개 노선에 766㎞의 자전거도로(59개 노선 119㎞는 자전거전용도로)가 설치돼 있지만, 불법 주정차와 관리 부실로 자전거가 달리기 어려운 도로로 변해가고 있다.

유성구 원신흥남로의 자전거전용도로 역시 자동차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자전거도로와 차도를 구분하기 위해 설치한 봉은 자전거도로 쪽으로 넘어진 채 방치돼 있었다.

“자동차 운전자들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자전거를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자전거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 그러니까 일종의 ‘차종(車種) 차별’을 자행하는 셈이죠.”

이재영 한국자전거정책연합 상임이사는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보다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면서 “영국 등 유럽에서는 자전거도로에 불법주차를 하면 600유로(약 80만원)에 이르는 벌금을 물린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자전거도로에 주차했다가 적발되면 과태료 4만원이 부과되지만 불법주차는 좀체 줄지 않고 있다.

인도(보도) 위에 만들어진 자전거도로 역시 위험하고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전 서구 둔산로 SK브로드밴드~은하수 네거리 사이의 인도에 설치된 자전거도로는 관리가 거의 되지 않으면서 곳곳이 움푹움푹 파여 있었다.

자전거도로와 횡단보도 사이의 연결 부위가 파여 있거나, 자전거도로의 포장재가 불쑥 솟아오른 곳도 있었다.

이강철 자전거출퇴근운동본부 본부장은 “자전거도로를 만든 뒤에는 정기점검을 실시해 시민들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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