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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12개월 짧게 살고 3명에 새 삶 선물한 정민이 ‘영면’ [S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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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환자들한테 심장·폐·간장·신장 장기기증

부모 “어딘가에서 계속 숨쉬길 바라는 마음”

세계일보

생후 12개월 만에 장기기증을 통해 어린 환자 3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떠난 서정민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12개월이란 짧은 생애를 마감하며 어린 환자 3명에게 장기를 기증한 사연이 전해져 큰 감동을 자아낸 서정민군이 28일 영면에 들었다. 지난해 9월 경기도 성남시에서 출생한 정민이가 태어날 때 양수를 먹어 인큐베이터에 있었던 사연도 알려져 자녀를 둔 모든 부모의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정민이는 이날 성남시 영생관리사업소에서 발인해 하늘누리 제2추모공원에 잠들었다. 어머니 이나라(28)씨는 영영 떠나는 아들을 향해 “정민아, 우리 걸음마 연습했잖아”라며 “하늘나라에 가서 즐겁게 친구들과 뛰어놀고, 쉬고 싶을 때는 엄마 곁으로 와서 쉬어 줘”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끝까지 착하기만 했던 정민이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사랑해줄 거야. 건강한 옷 입고 다시 와줘.”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지만 이제 그만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정민이는 1남1녀 중 막내였다. 태어날 때 양수를 먹어 인큐베이터에 있었으나 치료를 통해 건강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자상한 누나와도 잘 노는 순한 남동생이었다고 한다.

“정민이는 다른 아이보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서 건강하고, 웃을 때 반달처럼 눈웃음을 짓는 천사와 같은 아이였어요.”(어머니 이씨)

비극은 지난 7월 찾아들었다. 갑자기 위독한 상태가 되어 성남 분당차병원에 119를 통해 이송됐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심정지가 온 뒤였다. 심폐소생술로 다시 깨어났지만 뇌파는 잡히지 않았다. 뇌사 추정 상태에서 3개월 동안 연명치료를 진행했지만 점점 건강이 나빠져 그만 뇌사 상태가 되었다.

마침 지난 16일은 정민이의 첫돌이었지만 아기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병상에 누워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부모는 조용히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이달 26일 오후 장기와 조직 등의 적출 수술을 받았다. 심장과 폐, 간장, 신장이 3명의 어린 환자들에게 기증됐다.

어머니 이씨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정민이가 어딘가에서 숨 쉬길 바라고 조그만한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정민이를 통해 장기기증에 대한 선입견이 낮아졌으면 한다”며 “장기기증은 생명을 살리는 일인 만큼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봐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은 “아기 천사 서정민군이 하늘나라에서 편히 잠들길 희망한다”며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신 부모님의 뜻을 잘 전달해 정민군을 통해 새 생명을 살 친구들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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