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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北, 이씨 구조 정황 있었다”… 北도 안밝힌 내용 뒤늦게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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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우리 국민 사살]

軍, 정보판단 재검토 표명 논란

첫 브리핑땐 구조 관련 언급 안하다 北통지문-대통령 메시지 발표 이후

‘의도적 사격’ 비판서 입장 달라져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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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28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47)가 22일 북한군에 사살되기 전 북한군이 그를 구조하려 했던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북한이 보내온 통지문에 언급되지도 않은 구조 정황을 우리 군이 먼저 꺼내며 북한을 두둔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방부 핵심 관계자가 이날 이 씨 피살 경위에 대한 군의 판단을 전면 재검토할 의사까지 내비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계기로 남북관계의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정부 기조에 맞춰 사실상 군이 “꼬리를 내린 것 아니냐”는 내부 비판 또한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北 ‘구조 정황’ 왜 이제야 밝혔나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북측이 이 씨를 발견한 뒤) 상당한 시간 동안 구조한 과정으로 보이는 정황을 인지했다. 나중에 상황이 급반전돼 대응에 제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구조 정황은 앞서 24일 군이 이 씨 피살 과정을 브리핑하면서 “(북한군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실종자가 유실되지 않도록 하는 활동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 것보다 한 발 나아간 것.

하지만 24일 브리핑에서 북한군의 구조 정황에 대한 설명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더욱이 북한이 25일 보낸 통지문에는 “우리 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는 주장만 있었을 뿐 이 씨 구조 시도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 이어 28일 문 대통령이 직접 김 위원장의 사과를 높게 평가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자 군이 이런 기조에 부합하는 정황을 선별적으로 공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사격이 ‘의도적’이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던 군의 태도가 180도 달라져 갑자기 북한을 옹호하고 나선 이상한 상황”이라고 했다.

군 안팎에선 군이 뒤늦게 북한의 구조 정황을 추가로 공개한 의도가 이 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되고 사살되기 전 6시간의 ‘골든타임’을 군이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에 대한 해명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 역시 군이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브리핑 때만 해도 군은 “북한 해역에서 일어난 일은 즉각 대응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가 질타를 받았다.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또 “말단 실무자가 (북한군이 이 씨를 발견한 첩보를) 인지했다. 이 첩보가 신빙성 있는 정황으로 확인돼 내용을 분석하고 군 수뇌부까지 보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면서도 구체적인 보고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 軍 내부 “사실상 북한에 꼬리 내린 것”

군이 종합적 검토를 거쳤다고 밝힌 이 씨 피살 경위 판단을 ‘셀프 검토’하겠다는 것 역시 “지나치다”는 반응이 많다. 이 씨의 사망 경위를 두고 군과 북한의 주장이 상당 부분 상충되는 가운데 향후 군의 판단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우리(군) 정보를 객관적으로 다시 들여다볼 예정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다시 관련 자료를 살펴보겠다”고 했다. 군의 판단과 달리 북측 통지문엔 북한군이 이 씨의 시신을 직접 불태우거나 그가 북측에 월북 진술을 했다는 정황 등은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군은 이 씨 사망 경위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축소, 은폐 의혹까지 감수하면서 다양한 첩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해왔다”며 “군의 공식 판단에 대한 신뢰성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군 내부에서조차 군이 북한 주장과 사실관계가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 분명한 추가 설명을 내놓는 대신 스스로 꼬리를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청와대가 27일 “남북이 각각 발표한 조사 결과에 구애되지 않고 열린 자세로 사실관계를 함께 밝혀내기를 바란다”며 공동조사를 언급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다른 군 관계자는 “군도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라는 ‘시그널’인 셈”이라며 “군에 대한 신뢰를 위해서라도 제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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