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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손혜원 ‘선동열 헛발질’ 잊었나···이근·펭수 마구 부르는 초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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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가짜사나이'로 유명세를 탄 이근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출신 예비역 대위(왼쪽)과 EBS 인기 케릭터 펭수. 이들은 이번 국감에 참고인으로 소환됐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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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사나이 이근 대위, 인기 케릭터 펭수, 외식사업가 백종원.



국정감사에 스타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있다. 이들을 부르는 건 주로 인지도 상승이 급한 초선 의원들이다. 대중의 이목을 끄는데는 성공할 수 있지만 정치적 득실 계산이 단순하지만은 않다.



펭수 팬 반발에...황보승희 “안와도 된다”



황보승희 국민의힘(초선·부산 중구영도) 의원은 EBS(한국교육방송공사)의 수익구조와 노동환경을 짚어본다며 펭수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 24일펭수가 포함된 ‘국감 증인·참고인 채택안’ 여야 합의로 의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결국 황보 의원은 지난 25일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펭수를 위한다면 정치적으로 이용할 게 아니라 법안을 발의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참고인 신청을)철회하라”는 글이 올라오는 등 뒷탈이 계속되고 있다.



같은 당 전주혜(초선·비례) 의원의 시도는 시작부터 난항이다. 유튜브 방송 ‘가짜 사나이’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근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출신 예비역 대위를 법제사법위원회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여당이 반대하고 있다. 총검술 폐지에 대해 현장 경험이 많은 이 대위의 견해를 듣겠다는 전 의원의 주장에 더불어민주당은 “국감을 희화화할 수 있다”고 맞서는 중이다.온라인상에서는 “국감이 장난이냐”라는 비판과 “인기만 있는 게 아니라 전문가인데 국감이 웃음거리 된다는 건 뭐냐”는 반응이 맞붙고 있다.



도 넘은 질의로 역풍 맞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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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18년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관광위(문체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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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손혜원(초선·마포을) 전 민주당 의원은 야구계의 ‘국보’로 통하는 선동열 전 국가대표 야구 감독을 증인으로 불렀다가 역풍을 맞았다. 손 전 의원은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 의혹을 확인한다며 선 감독을 현직 국가대표 감독 최초로 국감장에 세웠다. 질의과정에선 고성이 오가며 감정이 격해졌다.

▶손혜원 전 의원=“연봉 얼마나 받나?”

▶선동열 전 감독=“2억 받는다.”

▶손 전 의원=“몇 시에 출근해 몇 시까지 있나?”

▶선 감독=“일 있을 때마다 왔다 갔다 한다.”

▶손 전 의원=“2억 받으시고요?”

(중략)

▶손 전 의원=“특정 후배를 돕고 싶어 공정하지 못한 결정 내린 거 아닌가? 사과 하든지, 사퇴하든지 하라. 그 우승이 그렇게 어려운 거였다고 다들 생각하지 않는다.”

한달 후 선 감독이 “한 국회의원의 말로 결심을 확고히 하는데 도움이 됐다”며 사퇴하자 손 전 의원은 한동안 야구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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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사업가이자 유명 방송인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018년 10월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백 대표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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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길(초선·부산서동) 국민의힘 의원의 신청으로 이번 국감에 참고인으로 소환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2년 만에 다시 불려나오게 된 경우다. 당시엔 골목상권 살리기 대책마련을 한다는 목적으로 이용주(초선·전남 여수갑) 당시 민주평화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 불렀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백종원의 창업지원이)지방에 있는 업체로도 좀 왔으면 좋겠고, 여수 청년몰에 꼭 오면 좋겠다”며 지역 민원성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리스크 적잖은데 왜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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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왼쪽) 2018년 10월16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개량한복을 입고 나와 질의를 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문화재청에 전통한복에만 경복궁 입장료를 면제하고 개량한복에는 입장료를 받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해 10월 정무위원회 국감에 출연한 벵갈고양이. 김진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전동물원 퓨마 사살 사건과 관련해 질의를 위해 벵갈고양이를 가져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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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 의원들 스타 캐스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인지도 때문”(민주당 보좌관)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제한된 시간 안에주목도를 높이는데 스타 참고인만한 디딤돌이 없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는 첫 국감을 데뷔 무대로 삼아야 할 초선의원이 155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국민의힘 한 보좌관은 “국감은 초선의원에게는 대중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더없는 기회”라며 “뉴스 한줄 나오기 어려운 야당 초선 입장에서 이슈되지 않는 질의만 계속 할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튀기 위한 의원들의 노력은 스타 캐스팅이 전부는 아니다. 동물이나 이색 소품을 동원하는 경우도 많았다.2014년 김용남(초선·경기수원병)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괴물쥐 뉴트리아를, 2018년 김진태(재선) 의원은 벵갈고양이를 국감장에 들고 나왔다. 국감시간 내내 철창에 갇혀있는 동물들 모습에 ‘동물학대’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8년 김수민(초선·비례) 전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복을, 이동섭(초선·비례) 전 국민의당 의원은 태권도복을 입고 나오기도 했다.

스타 캐스팅은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을 방증하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문성이 있다면 스타 없이도 핵심을 찌르는 질의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엄청난 분량의 국감자료를 준비하고도 말 한마디 못하고 돌아가는 공무원이 많은데 이목 끌기용 증인·참고인 소환이 필요한지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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