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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엄마들이 가르치는 발달장애학생 생활학습 공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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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올 5월 시작…자립 위한 '생활 상식' 체험교육도

연합뉴스

'소동' 수업장면
[촬영 임성호]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이 물건은 나무일까요, 플라스틱일까요? 맞는 설명에 스티커를 붙여 볼까요?"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의 한 상가 강의실에서 초등학교 4학년 조건(10)군을 비롯한 발달장애 초등학생 3명이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물풀로 '탱탱볼'을 만들고 있었다. 강사는 조군의 어머니 조아라(37)씨였다.

고양·파주·김포 지역 발달장애인 가족 자조 모임인 '소동'이 운영하는 발달장애 학생들의 '생활학습 공부방' 모습이다.

전체 회원이 100여명인 소동은 2018년 초 만들어진 뒤 2년여간 주로 부모들을 대상으로 교양 강좌를 진행하다가 올해 5월 유치원생·초등학생을 위한 공부방을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교도, 시설도 대부분 대면 수업을 중단했기 때문이었다. 종일 집에만 머물다 퇴행 증상까지 보이는 아이들을 보다 못한 부모들끼리 머리를 맞대 내놓은 대안이었다.

김나현(47) 소동 대표는 "발달장애 아이들은 애초 원격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어하기도 하니, 학부모들이 함께 모여 아이들과 책도 읽고 공부를 도와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소동' 학부모들
[촬영 임성호]



매주 화요일∼목요일 오후에 열리는 수업에는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 14명이 서너명씩 반으로 나뉘어 참여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소동 공부방에 나가는 하진주(37)씨는 "아이가 엄마로부터 떨어지는 걸 원래 참 힘들어했는데, 소동 수업을 들으러 갈 때만큼은 무척 신나서 먼저 달려 나갈 정도"라고 했다.

소동 총무인 조아라씨 등 4명이 돌아가며 강사로 나서고, 다른 부모 10여명도 매주 수업을 전후해 회의에 참석하고 교재를 만들며 수업의 방향을 고민한다.

수업 내용도 단순히 국어나 과학 등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 과정에 그치지 않는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주에는 찰흙으로 송편을 빚으며 추석의 의미와 풍습을 이해하도록 도왔다. 또 아이들이 직접 가게에 가서 떡을 산 뒤 영수증을 내도록 해 기본적인 경제의 개념을 가르쳤다. 컴퓨터를 스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수업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발달장애 아이들이 특히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추상적인 개념을 깨닫도록 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소동이라는 이름에는 '작은 아이', '작은 움직임', '소란을 피우다'라는 세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김 대표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김 대표는 "나이가 들어도 정신연령은 낮아 언제까지나 '작은' 발달장애 아이들이 스스로 작은 움직임을 만들어나가며 세상을 향해 흥미진진한 소란을 피우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공부방이 언젠가는 아이들 스스로의 자조 모임으로 이어지기를 학부모들은 바란다.

김 대표는 "아이들이 지금은 부모의 도움을 받아서 모이고 있지만, 공부방에서 만난 아이들이 나중에는 영화도 같이 보러 가고 여행도 떠날 수 있게 성장하길 바란다"며 "부모들은 아이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힘껏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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