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비핵화 등 과제 산적…트럼프는 '자국 우선주의', 바이든은 '동맹 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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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오는 11월 미국 대선은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눈을 떼지 못할 대형 이벤트다. 특히 대선 결과에 따라 복잡한 한반도 정세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 한미 간엔 현재 해결되지 않은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비롯해 양국 정부가 협력해야 할 다양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여기에, '하노이 노딜' 이후 대화의 문을 닫아버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도 미국 대선 이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 재선돼도 '방위비' 타결 요원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래 한미가 꾸준히 고민해온 화두다. 취임 전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손익 기반의 동맹관을 드러내온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물론 일본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을 상대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노골적으로 요구해왔다.
특히 한국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주한미군 주둔과 직결돼 더욱 예민한 이슈로 꼽힌다. 이와 관련, 미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최근 출간된 저서 '격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한국 등 동맹국 상대 '호구(sucker)'로 칭하며 아프가니스탄과 한국에서의 미 병력 철수를 주문했다고 서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자신의 입은 물론 미 국방부를 통해서도 현재 방위비 분담 지형이 자국에 불리하다는 메시지를 발신해왔다. 지난 2월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미 납세자들이 공동의 방위 비용을 불균형하게 떠맡아선 안 된다"라고 발언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인상 압박에 힘을 싣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통해 정책 추진 지렛대를 얻을 경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에 시간이 걸리리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국장은 최근 한국언론재단과 미 동서센터 공동 주관 화상 토론회에서 트럼프 행정부 두 번째 임기 SMA 체결에 관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지리라 보지 않는다"라고 내다봤다.
◇'원칙주의' 바이든, 방위비 협상 조속 타결 이끌까
반면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정체돼 있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다소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후보는 평소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동맹관을 '폭력배의 돈 뜯기'에 비유해왔으며, 방위비 문제에 관해서도 한국을 갈취하려 한다고 비판해왔다.
[서울=뉴시스]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지난 2월2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국방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2020.10.03.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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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미국 민주당은 대선 후보 확정을 위해 진행한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적이 꿈꿀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 동맹을 훼손했다"라며 한국과 나토, 독일 등 동맹국과의 관계 재건을 공언한 올해 정강정책을 채택한 바 있다.
이에 현지 전문가들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 부담을 다소 덜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당 차원에서 '동맹 관계 재건'을 내건 만큼 바이든 대통령 취임 시 주한미군 입지 문제도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제기된 주한미군 감축 내지 철수 우려가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현재의 주한미군 배치가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냉전 체제 대응 차원에서 이뤄진 만큼, 인도태평양지역 정세 및 미국의 향후 정책 향방에 따라 장기적으로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기도 한다.
이와 관련, 미 육군대학원 산하 싱크탱크 전략문제연구소(SSI)는 지난 7월 '육군의 변형: 인도태평양사령부 초경쟁과 미 육군 활동지 설계(An Army Transformed: USINDOPACOM Hypercompetition and US Army Theater Design)'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육군을 포함한 미 합동군이 물리적, 개념적 측면 및 배치 등에서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적절한 입지를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노딜'에 멈춘 北 비핵화…미중 갈등에 뒷전 될 수도
한편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표면적으로 멈춘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국 정부 입장에선 눈을 뗄 수 없는 이슈다.
북미 협상은 공식적으로 교착 상태로 알려져 있으나, 일각에선 현시점에 물밑 대화가 필요하며, 실제 이뤄지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키스 루스 전미북한위원회(NCNK)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한국언론재단과 미 동서센터 주관 토론회에서 "북한 당국자들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간 즉각적인 막후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당부한 바 있다.
[하노이=AP/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2019년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2020.1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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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이른바 대북 외교 '업적'을 남기려 일정 수준에서의 합의를 추진할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왔다. 반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북한 정권의 붕괴를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회귀하거나, 적어도 이와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목할 점은 미중 관계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들어 무역 분쟁으로 본격화된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데, 양국 갈등이 고조되면서 미 정부 내 북한 문제 취급이 뒷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이 협상에 임하려는 근본적 이유는 제재로 인한 경제난 해소인데, 협상 동력이 되는 대북 제재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카지아니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두 번째 행정부는 대북 정책에 큰 문제를 안게 될 것"이라며 "미중 관계가 더 안 좋아진다면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무기화할 수 있다"라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북측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후로도 일정 부분에선 남북 간 연락망이 작동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어 이목이 쏠렸다.
마침 오는 10월 초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 꾸준히 나온 전망처럼 대선 전 옥토버 서프라이즈로 일정 수준의 북미 접촉 이벤트가 있으리라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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