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남은 美 대선판, 메가톤급 변수 등장
확진 판정 트럼프, 유세 줄줄이 취소·연기
'절치부심' 트럼프 "권력승계 없다…일 계속"
'표정관리' 바이든, 경합주 표심 잡기 나서
"코로나는 정치 아니다…심각하게 여겨야"
보수 결집 가능성…"아직판세 예측 이르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월터 리드 군 병원으로 이동하기 전 기자들을 향해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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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불과 한 달 남은 미국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대선 불복 이슈로 불확실성이 한껏 높아진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돌발변수’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당장 공화당 트럼프 캠프는 패닉에 빠졌다. 선거운동 일정의 최소한 절반은 자가격리로 손발이 묶일 게 불가피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 유세를 통해 표심을 끌어모으는 스타일의 정치인이다. 반면 민주당 바이든 캠프는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조 바이든 후보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당장 미시건 등 경합주를 중심으로 현장을 찾으며 승세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그렇다고 일방적인 바이든 후보의 압승을 거론하는 건 이르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성 판정을 받아도 선거운동을 가열차게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확진 판정 트럼프, 유세 줄줄이 취소·연기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빌 스테피언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참여하는 걸로 이전에 발표했던 모든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멜라니아 여사와 관련한 행사 역시 미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최대 경합주인 플로리다주 유세 등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음성 판정을 받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유세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지만, 그 파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확진은 여러모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다. 현 대통령, 또 차기 대통령 가능성이 있는 인사의 건강에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만으로 표심에 악재인 탓이다. 대통령의 건강은 보안 사항이어서, 그가 기저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콜레스테롤을 낮추기 위한 약을 복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그는 만 74세, 한국 나이로 75세의 고령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위험성을 경시하는 듯한 발언을 종종 했고, 수천명이 모인 공개석상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유세를 강행했다. 미국이 코로나19 최대 확진국 오명을 쓴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론’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셈이다.
백악관은 비상이 걸렸다. 백악관에서는 이번 호프 힉스 보좌관 이전에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케이티 밀러 부통령실 공보비서관 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대처에 안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폴리티코는 “지난 몇 달간 백악관 당국자들이 무계획적인 의전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절치부심 하는 기류다. 트럼프 대통령은 치료를 위해 이날 오후 군 병원으로 이동했는데,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별다른 언급은 없었으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자신감을 표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임시 집무실을) 군 병원으로 옮겨 며칠간 일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으로 권력 승계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앨리사 파라 전략소통국장은 NBC와 만나 “(대통령 유고시 승계 1순위인) 펜스 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시어터 극장에서 자선 모금 행사인 ‘알 스미스 디너’를 위한 연설을 사전 녹화한 뒤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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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관리’ 바이든, 경합주 표심 잡기 나서
반면 맞상대인 바이든 후보를 표정관리 중이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내인) 질 바이든과 내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걸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양성 판정 이후)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 손 씻기를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만 77세, 한국 나이로 79세의 고령이지만 코로나19를 피해갔다.
바이든 후보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빠르게 회복하기를 기원한다”며 “대통령과 그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계속 기도할 것”이라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움직일 수 없다는 점만으로 바이든 후보에 호재라는 평가다. 모든 일정을 취소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그는 곧바로 유세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당장 찾은 곳은 미시건주다. 이 곳은 지난 대선인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지역이다. 바이든 후보가 반드시 탈환해야 하는 주요 경합주다. 최근 첫 TV 토론 이후 ‘바이든 우세’ 쪽으로 여론이 약간 기울었는데, 그 표심을 굳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셈이다.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정부 심판론이 분다면 바이든 후보에 금상첨화다.
CNBC와 체인지리서치가 지난달 29~30일 전국 유권자 925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오차범위 ±3.22%포인트) 결과 응답자의 54%는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41%였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동이 불가능해진 10여일간 격차 벌리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미시건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감염과 관련해 “이것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며 “모두가 이 바이러스를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그간 코로나19 위험을 낮게 본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뼈있는’ 언급이다.
바이든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 역시 이날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네바다주 유세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보수 결집 가능성…“아직 판세 예측 일러”
하지만 아직 판세를 예단하는 건 섣부르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현행법상 미비점을 틈타 ‘패배 선언’을 하지 않을 경우 그를 백악관에서 끌어내릴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변수는 살아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가격리 중 어떤 식으로든 선거운동을 강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보수층 결집의 계기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코로나19 확진에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그 와중에 예상보다 회복이 빨라 오는 15일 대선 2차 TV 토론에 전격 등장할 경우 분위기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과거 자이르 보우소나라 브라질 대통령의 사례를 들며 “트럼프 대통령의 증상이 경미해 빨리 회복할 경우 지지율은 되레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한편 7일로 예정된 공화당 펜스 부통령 후보와 민주당 해리스 부통령 후보간 토론은 예정대로 이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대선후보 첫 TV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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