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기 전인 2019년 말과 올 초만 해도 미국 경제는 성장률은 다소 둔화될 수 있겠지만 순항한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미국 실업률이 3%대 중반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견조한 소비 회복세 등에 힘입어 확장세는 더 길어질 것으로 많은 전문가는 내다보았다. 행동경제학으로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미국 경제 호황에 심리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강한 경제’ 등과 같은 구호가 경제에 낙관적인 심리를 자극시켜 소비가 늘면서 경기 확장이 이어졌다고 보았다. 그러나 향후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낙관적인 기대가 꺾이면 급격한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이러한 그의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를 예측한 것은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 체제를 무력화시켰다. ‘그린존(Green Zone)’으로 보였던 미국조차도 바이러스 감염자 수가 급증하면서 경기 침체 늪에 빠지게 되었다. 경제 봉쇄로 미국 고용 악화와 함께 미국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 둔화의 충격이 역성장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올해 미국 경제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이후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 공화당 전당대회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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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2차 확산, 불안한 회복 국면
미국의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연율 -31.7%로 분기 통계치가 집계된 이후(1947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봉쇄조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개인소비가 서비스 중심으로 감소했고, 민간 투자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5월 경제재개 이후 일부 경제 지표에서 예상보다 가파른 경기회복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2차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불안한 회복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 고용 시장은 개선되고 있으나 정체 국면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실업률은 코로나19 충격으로 2020년 4월 14.7%까지 급등 후 8월 현재 8.4%로 예상보다 빠르게 한 자릿수대로 진입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고용 증가 속도는 최근 둔화되는 양상이며, 코로나19로 훼손된 고용의 절반 수준은 아직 복구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노동 시장의 미스매치 지속 등 고용 시장의 회복 속도는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소매 판매는 2020년 4월 전월 대비 -14.7%까지 하락한 후 5월 18.2%, 6월 8.4%, 7월 1.2%를 기록하면서 회복하고 있으며, 콘퍼런스 소비자신뢰지수도 4월 85.7p까지 하락 후 6월 68.3p로 상승했으나 8월 현재 84.8p로 다시 하락해 여전히 심리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소비 부문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고용 시장에 충격이 가해지며 소비 여력이 약화되면서 위축됐던 소매 판매와 소비심리가 점차 회복되는 모습이나 재확산에 따른 우려가 경제 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모습이다.
민간 투자도 산업 경기 위축에 따라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 ISM 경기지수의 경우 6월을 기점으로 제조업 및 비제조업 모두 기준점인 50을 상회하며 경기확장 국면에 재진입했다. 투자 선행지표 증가율도 다시 플러스 증가율로 전환되면서 향후 민간투자 심리가 개선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또한 주택 부문 투자도 상당부분 위축되었으나 주택 판매 증가, 부동산시장지수 상승 등에 힘입어 개선되고 있다.
향후 경기 향방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는 2020년 4월 97p에서 7월 104.4p로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이는 경제 재개와 함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경기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판단할 수 있는 시티그룹의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경제 지표 실적치와 전망치의 차)는 2020년 4월 -144.6p에서 8월 210.8p로 급증했고(기준치 0을 하회하면, 경기는 예상보다 위축이 심화한다는 의미), 뉴욕 연방은행의 향후 12개월 경기 침체 확률은 2021년 8월 18.9%로 다소 축소되었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고용 등을 통해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견해는 여전히 확고하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미국 경제 재개와 함께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큰 폭으로 늘어나며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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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V형보다 완만한 회복세 전망
코로나19 재확산 여부, 추가 재정부양책 등 정책 대응 규모, 그리고 대선 등이 2021년 미국 경제 전망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 2분기를 저점으로 3분기에 큰 폭으로 반등한 이후 2021년까지 점진적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중론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미국 경제 활동 봉쇄가 다시 확대될 경우 경기 저점 확인이 3분기 또는 4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2020년 하반기 경제는 코로나19 향방이 최대변수이긴 하나 정책 대응 여력이 남아있어 추가 하락 위험이 크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될 때까지 ‘V’자형보다는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백신이 상용화되더라도 4분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고 대선 이후 추가 재정부양책 규모가 확대될 경우 본격적인 시행은 2021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주요 기관의 올해와 2021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차이가 존재한다. 코로나19 재확산 정도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이 -8.0∼-4.5% 수준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2021년 경제성장률도 3.7∼5.0% 정도의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언컨대 2021년 미국 경제의 향방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는 미국 대선 결과일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없이 경기 확장세를 유지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판, 경제 침체, 인종차별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이 우세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경제 지표의 개선으로 다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어 접전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정치 전문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ealClearPolitics)’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가 지난 6월에 10.2%p까지 벌어지면서 바이든이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바이든 후보가 우세하지만 9월 15일 현재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6.8%p로 하락하면서 벌어졌던 격차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과거 역사를 보면 1970년대 이후 재선에 실패해 백악관 생활을 4년으로 마친 대통령은 경제 성적이 처참했던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조지 H W 부시 3명뿐이다. 그만큼 경제 성적표가 대선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존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반대로 법인세 인상, TPP 재협상, 친환경 에너지 투자 등의 공약을 내걸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는 곧 미국의 경제·산업·무역 등의 정책 변화가 불가피하며, 이는 2021년 미국 경제의 새로운 나침반이 될 것이다.
둘째, 미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미국은 경제 침제기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과거 미국 경제 위기 시 극복 과정을 살펴보면, 대공황기(1929∼1939년)에는 뉴딜정책과 2차 세계 대전 특수로 인한 제조업 급성장, 1·2차 오일 쇼크(1974∼1984년) 당시에는 레이거노믹스로 산업 전반에 걸친 규제 완화와 금융업 중심의 경제 서비스화, 주택대부조합 파산(1990∼1991년)에는 IT붐 등 ‘신경제(New Economy)’의 등장,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당시에는 셰일(Shale) 혁명 등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더욱이 미국은 역대 최장기 확장국면을 보냈지만 지난 10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2.3%로 역대 확장기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고,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확장적 재정 정책이 경제 성장을 떠받치는 꼴이었기에 향후 미국 경제를 위해서는 강한 성장 동력이 필요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F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같은 기업들이 미국 산업을 견인할 것이고, 향후 인프라 투자를 통해 미국 경제의 활력이 생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경제 회복 속도를 좌우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정적자 확대와 부채 누증이다. 재정 건전성 악화는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정부부채 누증으로 신용등급 강등 위험성도 존재한다. 대규모 재정 지출로 인해 2020년 재정적자는 GDP 대비 -17.9%, 정부부채는 GDP 대비 101%로 급증해 재정건정성 문제가 지속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당시 의회가 마련한 재정 감축 규모 불충분 등으로 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사례가 있어 재정건정성 악화는 미국 경제의 부담 요인으로 존재할 것이다.
향후 경제 재개와 부양책 등에 힘입어 미국 경제는 하반기 이후부터 반등이 예상되나 여전히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대선 결과 등으로 예상 성장 경로를 벗어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 첫째, 경제활동 재개 등으로 미국 경제는 반등세가 예상되고, 추가 부양책에 따른 수요 발생 가능성이 커 미국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이 필요하다. 둘째,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들로 인해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침체가 길어질 가능성에 대비하여 국내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발생할 수 있는 금융 시장 불확실성을 차단해야 한다. 셋째, 미국 대선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대선 결과에 따른 기회 요인을 적극적으로 활용 및 발굴해야 하는 동시에 위기 요인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1호 (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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