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워치] "트럼프 곧 퇴원 가능" vs "상태 심각"

<출연 : 김지수 연합뉴스 융합뉴스부 기자>

[앵커]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 중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담당 의료진은 확진 판정 이후 안정적인 상태에 있으며 이르면 현지시간 5일 퇴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당초 알려진 것보다 상태가 나쁘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감염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김지수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재선 도전의 길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건데요. 현재 건강 상태가 어떻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담당 의료진의 소견 발표 외에도 코로나19 확진 이후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직접 알려왔습니다.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 병원에 입원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4일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병원 밖에 모여있는 지지자들을 '깜짝 방문'하겠다고 말했는데요. '깜짝 방문'은 곧바로 이뤄졌습니다. 마스크를 쓴 트럼프 대통령은 차를 타고 병원 밖으로 나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든 뒤 다시 병원으로 들어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깜짝 방문' 전에 트위터에 올린 별도 영상을 통해 자신의 상황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여행이었다"며 "코로나19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은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앞서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를 비롯한 담당 의료진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후 안정적인 상태에 있으며 이르면 현지 시간 5일 퇴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주치의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후 두 차례 혈중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고 뒤늦게 시인했습니다. 지난 2일 혈중 산소 포화도가 일시적으로 94% 밑으로 떨어졌으나, 약 2ℓ의 산소를 공급받은 후 정상 범위인 95% 이상을 회복했다는 겁니다. 주치의는 3일에도 산소 포화도가 떨어져 산소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기본 치료제로 간주되는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을 복용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3일에도 산소를 공급받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앵커]

담당 의료진의 소견 발표가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안 좋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투여받은 약물이 거론되고 있어요.

[기자]

대통령 담당 의료진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염증 치료제 '덱사메타손'을 복용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덱사메타손'은 지난 6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시험 결과 코로나19 중환자의 사망률을 상당히 낮추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받은 치료제입니다.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환자의 경우 35%, 트럼프 대통령처럼 산소보충 치료를 받는 환자의 경우 20%의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덱사메타손'은 효과가 좋은 약이지만 인체 면역을 억제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마치 양날의 칼과 같아 권위 있는 의료기관에서는 경증 환자에게 복용을 권하지 않는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입니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중태이거나 심각한' 코로나19 환자에게만 이 치료제를 투여해야 한다"며 "심각하지 않은 환자 치료에는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해로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치료제를 쓴 건, 그만큼 상태가 가볍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폐렴 증상을 보였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덱사메타손 투여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러스로 인해 폐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 후 투여받은 '렘데시비르'도, 경증 환자에게는 쓰이지 않는 약물이잖아요. 지난 5월 미 식약 당국으로부터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긴급승인 받았고요.

[기자]

미 국립보건원은 '렘데시비르'를 산소 보충을 해야 하는 코로나19 입원 환자에 대한 사용을 우선시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습니다. 경증 또는 중간 정도의 증상을 보이는 코로나19 환자에게 '렘데시비르'를 사용하는 걸 권장할 만한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걸 이유로 들었습니다. 미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렘데시비르는 지난 5월 미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을 승인받았습니다. 이후 중증 환자 치료에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원하더라도 이후 상태를 100%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지 7∼10일 후에는 상태가 악화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감염자는 급격하게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건강 상태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돌발행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얘기가 나왔지만, 병원 밖에 있는 지지자들을 방문하는 일까지 벌어졌어요. 엄밀히 따지면, 확진자의 격리 준수사항을 어긴 것 아닙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 밖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잠시 '깜짝 외출'을 한 건 확진자의 격리 준수사항을 어긴 데다 동승한 경호원들을 감염 위험에 빠뜨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확진자들은 전파를 막기 위해 14일간 격리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직 전염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 섭니다. 특히 차량에 함께 탄 경호원들의 생명을 위협한 행위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경호원 두 명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백악관은 경호원들을 위해 어떤 예방 조처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미국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미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현재 두 후보의 지지율은 어떻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로이터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지난 2∼3일 전국 1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후보가 51%의 지지율을 기록해, 41%를 기록한 트럼프 대통령을 10% 포인트 차이로 앞섰습니다. 두 후보의 격차는 최근 수 주 동안 실시된 여론 조사 결과들과 비교하면 약 1∼2% 포인트 더 벌어진 겁니다. 대선이 한 달가량 남은 상황에서 바이든 후보는 초반의 우세를 계속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여러 경합주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해야 하는데 격전지로 분류되는 여러 주에서 양측이 여전히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요. 김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상태가 극도로 악화돼 변고가 생길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을 텐데요.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직선제가 아니라 그럴 경우 혼란이 증폭될 것 같습니다. 어떤 상황들을 가정해볼 수 있을까요.

[기자]

AP통신은 다음 달 3일 예정인 대선 전이나 대선 승리 후보에게 큰 문제가 생길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황을 가정해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어디까지나 가정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첫 번째로 해볼 수 있는 가정은, 대선 전에 후보가 사망하는 경우입니다. 미 연방법은 11월 첫 주 화요일을 대통령 선거일로 규정하며, 올해는 그날이 11월 3일입니다. 의회가 선거일을 바꿀 수 있지만, 선거 연기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이 선거를 연기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각 정당이 후보를 교체할 수는 있지만, 트럼프와 바이든 두 후보 중에서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두 번째로 '당선 확실' 후보가 대선 이후 사망할 경우를 가정해보겠습니다. 11월 3일 선거인단을 뽑는 투표가 마무리된 이후 당선이 확실시된 후보가 사망할 경우 어떤 당의 후보가 당선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정당은 교체할 후보를 정하지만, 새 후보가 사망한 후보만큼 또는 그 이상의 지지를 확보한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또 주마다 선거인단 투표 규정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 해볼 수 있는 가정은, 의회의 당선인 선언 전 '당선 확실' 후보가 사망할 경우입니다. 수정헌법은 대통령 취임일을 1월 20일로 정하고, 대통령 당선인이 사망한 경우 부통령 당선자가 새로운 임기 시작과 함께 대통령에 취임한다고 규정합니다. 만약 의회가 1월 6일 당선인이 누구인지 선언하기 전에 '당선 확실' 후보가 사망한다면 사망한 후보를 지지한 선거인단 투표를 어떻게 처리할지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선거인단 투표만 마치면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 되는지, 의회 승인을 거쳐야 당선인이 되는지 법적으로 불명확해, 논쟁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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