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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마음 급한 트럼프 ‘초고속 퇴원’… “곧 선거캠프에 돌아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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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사흘 만에 백악관 복귀

백악관 감염자수 묻자 “매우 감사”

카메라 앞 마스크 벗고 엄지 들어

직원 2명 추가 확진 속 행동 논란

소감 영상서 “코로나 두려워 말라”

美 언론 “21만명 죽었는데 부적절”

트럼프 ‘집단면역’ 카드 만지작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받던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 리드 병원을 퇴원해 백악관으로 돌아온 뒤 블루룸의 트루먼 발코니에 나와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 양복 상의 주머니에 넣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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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군 병원에 입원한 지 3일 만인 5일(현지시간) ‘초고속’으로 퇴원했다. 한 달도 안 남은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커지자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도착하자마자 마스크를 벗었는데 대변인과 직원 2명이 추가 확진된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38분 파란색 줄무늬 타이의 양복 차림에 흰색 마스크를 쓴 채 월터 리드 군 병원을 나섰다. ‘백악관에 감염자가 몇 명인지’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나 “매우 감사하다”고만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헬기 마린원을 타고 이동해 오후 6시54분 백악관 사우스론에 내렸다. 이어 백악관 정문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평소 이 계단으로 다니는 일이 드물어 굳건함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 NBC뉴스는 평가했다. CNN도 강인함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 건물 발코니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카메라 앞에서 갑자기 마스크를 벗어 상의 주머니에 집어넣은 뒤 엄지를 치켜세웠다. 떠나가는 마린원 헬기를 향해 경례를 하는 포즈도 취했다. 그러자 백악관 전속 사진사가 뛰어올라가 트럼프 대통령 뒤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대통령 주변에 백악관 전속 사진사와 경호원 등이 카메라에 잡혔다. CNN의 한 패널은 “경호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경호원들을 (바이러스로) 위협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후 웅장한 음악을 배경으로 ‘마린 원 착륙과 거수경례’ 장면이 담긴 37초짜리 영상과 복귀 소감을 담은 1분26초짜리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왕의 귀환’으로 불릴 만한 이 장면 연출을 위해 두 번 경례하는 수고를 감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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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받던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 병원을 퇴원한 뒤 마스크를 쓰고 백악관으로 복귀하며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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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소감 영상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것이 당신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것, 그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괜찮다”고 강조했다. 또 “위험한 상황에서도 나라를 이끌기 위해 전면에 나섰다. 다른 어떤 지도자들도 내가 했던 것처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존재감을 부각했다. 이어 “지금 나는 20년 전보다도 좋다. 어쩌면 면역이 됐을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과시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더 힐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을 계기로 집단면역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은 21만명이 숨지고 750만명이 확진된 상황에 최고의 치료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주치의 숀 콘리 등 의료팀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한 상황을 완전히 벗어나진 않았지만 퇴원이 가능한 상태”라면서도 열흘 이상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고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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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일리 매커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 워싱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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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선 이날 케일리 매커내니 대변인과 대변인실 직원 2명이 양성반응을 보였고 최소 3명의 출입기자가 확진됐다. 백악관 내 전염이 심각하지만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하지 않는 등 방역조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CBS뉴스 벤 트레이스 기자는 트위터에 “백악관에서 리포팅을 하는 것보다 북한에서 했을 때가 더 안전하다고 느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요리사 등 상주 직원 불안감도 크다고 한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대선 승패를 쥔 경합주 6개(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애리조나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모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뒤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후보는 위스콘신주에서 6%포인트, 펜실베이니아, 미시간에서 각각 5%포인트, 애리조나주에선 1%포인트를 앞섰다. 플로리다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둘이 47%로 같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직전 트위터에 “조만간 선거 캠페인에 돌아올 것”이라며 “가짜 뉴스는 오직 가짜 여론조사만 보여준다”고 혹평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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