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대생 "사과 생각 없어" "대표성은 있냐" 질타
온라인선 "의료공백 말할 자격 없다" 냉담한 여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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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신설 등에 반발, 집단휴진하는 전공의들과 뜻을 같이해 국가고시(국시) 거부에 동참했다는 의대생이 사과의 글을 띄웠지만 6일 여론은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글은 의대생들이 응시 거부를 번복하는 등 모순적 행태를 보인 것에 대해 사죄하며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읍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신을 얼마 전 국시 접수를 취소했던 한 의대생이라 밝힌 글쓴이는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시 접수를 취소했던 의대생이 국민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우선 국시 거부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일련의 시도들은 학생들의 짧은 식견으로나마 올바른 의료라는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해보려는 나름의 노력에서 나온 서투른 모습이었으나 그 과정에서 많은 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여러 번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시험을 치지 않기로 천명했던 학생들이 한참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야 '정부의 대승적 결단을 기다린다'고 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국민 여러분께서 이를 결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 또한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저희 선택에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 또한 잘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이 시점에서, 이번 사태로 인해 당장 발생할 앞으로의 의료공백과 그에 따른 지역사회 의료 질 저하를 함께 감내해주길 부탁드리는 것은 더더욱 염치없는 일일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인턴이 채워지지 못한 1년은 세월이 흘러 레지던트 1년 차의 공백을 야기하고 이런 악순환은 5년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 의료 체계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며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이와 같은 파괴적인 의료 공백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후회스럽다"고 심경을 전했다.
전공의들이 집단휴진 끝에 업무에 복귀한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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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학생들이 더 큰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기를 감히 국민 여러분께 간청드린다"고 호소했다. 또한 "비록 보잘 것 없는 한 명의 의대생이지만 국민께 마음을 전달 드릴 방법을 찾지 못해 서성이던 여러 학우의 마음을 담아 부족한 글을 올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이번 일을 계기로 지난 나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발전해 나아갈 소중한 기회로 삼겠다"며 "훗날 의료인이 돼서도 지금의 따끔한 질책을 가슴 깊이 새기고 인술을 펼치는 훌륭한 의사로 거듭나겠다"고 재차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이날 오후 7시 현재까지 청원에는 129명이 동의한 상태다.
이 청원에 일부 자신을 의대생이라고 밝힌 이들이 항의성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들은 "다수 의대생들은 사과에 대한 생각이 없는데 사과를 왜 해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납득시킬 수나 있느냐", "의대생이라는 인증도 않은 채 대표 자격으로 말하는 척 하지 말고 본인 이름 걸고 성명문을 써라", "의대생 아닐 수도 있는데 의대생 태그까지 달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도 빠르게 확산됐으나 대체로 부정적인 여론이 나타났다. 이 글을 접한 이들은 "억지사과 필요없고 내년에 국시 봐라"(c5****), "'의료공백 생길텐데 우리를 어떻게 하겠느냐'면서 거부한 것 아니냐, 지금 의료공백 현실화 때문에 봐달라고 할 상황인가"(be****), "의대생 전체의 입장도 아니지 않나"(pe****) 등의 의견을 냈다.
또한 "코로나19 폭증 상황에서도 진료 거부를 했던 의사들이 의료공백 현실화를 말할 자격이 있나, 의대생들도 사과는 당연히 해야겠지만 국시와는 별개의 문제"(Y****), "사과는 당연한 건데 시험을 다시 보게 해달라는 것은 일종의 특혜다"(sk****), "사과를 왜 청와대 청원에 하나, 충분히 기회 줬는데 다른 국가 시험과 형평성에 어긋나니 그만해라"(co****) 등 현 상황을 돌이키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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