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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외자유출에 통화가치 '뚝'…신흥국, 금리인상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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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유입 감소에 인상 압박…'기준금리 인하' 갈수록 줄어

터키 지난달 금리 올려

부채부담 확대·디폴트 우려 커져

IMF총재 "세계경제, 긴 오르막길에 직면"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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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쳐오던 신흥국들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여전히 물가가 낮고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외국인 자본 유출에 통화가치마저 떨어지면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채 위기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이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를 인용해 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5개 신흥국 가운데 금리를 인하한 국가는 멕시코,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 3곳으로,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올 초 코로나19 확산 직후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곧바로 금리를 낮췄다. 지난 3월 신흥국 25개 중 80%에 해당하는 20개의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췄다. 4~5월에도 각각 11개국이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했지만 이후 서서히 금리를 내리는 신흥국은 줄었다.


최근엔 오히려 금리를 다시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터키는 기준금리 격인 1주 레포금리를 8.25%에서 10.25%로 2%포인트 인상했다. 올 들어 신흥국 중 금리를 올린 곳은 터키가 유일하다. 헝가리는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60%로 유지했지만 일주일 예금금리를 0.15%포인트 인상했다. 코로나19 사태에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시장을 떠받쳐오던 중앙은행들이 정책 방향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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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튼 건 외자 유출과 통화가치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중앙은행은 일반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낮으면 금리를 낮춰 인플레이션을 유도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저물가가 지속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당분간 초저금리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투자가들이 신흥국 주식ㆍ채권시장에서 순매도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터키와 헝가리 등에서는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 달러화 대비 터키 리라화 환율은 이날 7.7990리라로 연초 대비 31%가량 올랐고, 헝가리 포린트화도 지난 8월 초 이후 8% 이상 올랐다. 브라질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등도 비슷하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신흥국의 부채 부담을 가중한다는 점이다.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국채를 사들인 투자자에게 주는 이자도 그만큼 늘어난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신흥국은 올해 1~9월 중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1450억달러(약 168조8000억원), 국내 채권시장에서 630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0억달러가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제로민 제텔마이어 전략ㆍ정책ㆍ검토 부국장은 금융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가 선진국의 경우 3개에서 8개, 신흥국은 15개에서 35개라고 언급해 신흥국 영향이 더 크다는 점을 시사했다.


거시경제 리서치업체인 앱솔루트전략리서치의 아담 울프 신흥시장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 달간 대외 금융 요건이 완화적 정책을 중단시키고 긴축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빈 브룩스 II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 통화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추가 절하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신용 스프레드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추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부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모든 신흥국이 이런 어려움에 처한 것은 아니라고 외신은 평가했다. 중국이나 대만, 베트남의 경우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사그라들고 경제활동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상황으로 거의 회복해 정부가 상대적으로 덜 취약한 상태라는 것이다. 요한나 추아 시티그룹 아시아 담당은 "아시아의 경우 다른 신흥국과는 매우 다르다"며 "많은 국가가 자체적으로 금융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날 다음 주 발표할 세계 경제 전망은 상향 조정하겠다면서도 세계 경제가 "길고 울퉁불퉁하며 불확실해서 오르기 힘든 '긴 오르막길'에 직면했다"고 우려를 거두지 않았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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