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2주 시간 끌다 결국 발표 허가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식품의약국 본부.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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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백악관과의 줄다리기 끝에 한층 엄격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승인 기준을 내놨다. 이로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선거 전략으로 추진해온 대선 전 코로나19 백신 승인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6일(현지시간) FDA가 이날 오후 백악관 예산관리국 검토를 마친 새 백신 긴급사용 승인 기준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핵심은 백신 상용화의 최종 관문인 3상 임상시험 종료 후에도 참가자의 절반을 최소 두 달간 추적한 뒤 긴급승인을 신청할 수 있게 한 점이다. FDA는 “승인 전 백신의 효과와 위험요소를 검증할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기준도 대폭 강화됐다. 이번 지침에는 위약(가짜약) 투여군에 중증 환자 5명이 포함돼야 하고, 백신 접종 집단의 코로나19 감염률이 위약 투약 집단보다 50% 이상 낮아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또 단순히 환자의 혈액에서 코로나19 항체 증가만 보여주는 시험 자료로는 사용을 승인할 수 없도록 했다.
백악관은 2주 전 FDA로부터 새 가이드라인을 제출 받았지만 마크 메도스 비서실장 등이 승인을 보류한 채 붙잡아둔 것으로 알려졌다. ‘2개월 추적’ 기준이 적용되면 11월 3일 치러지는 대선 전까지 코로나19 백신은 절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백신 개발 선두주자로 꼽히는 화이자의 3상 임상 참가자들도 지난달 말에야 백신 최종분 접종을 완료해 11월 말까지는 대기해야 한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검토가 길어졌을 뿐 어떠한 수정도 없이 발표를 승인했다”고 지연 논란을 일축했다.
백신 개발마저 정치 논리로 휘두르는 트럼프 행정부 탓에 FDA가 승인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의 거듭된 긴급승인 언급으로 백신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했고, 그 결과 신뢰 회복 조치 요구가 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정도 보강 조치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하버드ㆍ예일ㆍ존스홉킨스대 등에 소속된 의사 및 보건 전문가 60명은 이날 스티븐 한 FDA 국장에게 서한을 보내 “임상 참가자 절반이 아닌 전원을 추적하도록 기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섣부른 승인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연장해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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