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뮤지엄 대규모 회고전 내일 개막
장 미셸 바스키아, 'New York, New York', 1981, Acrylic, oil stick, spray paint, silver spray paint, and paper collage on canvas, 128.3×226.1cm [롯데뮤지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아프리카계 유색인인 게 내 성공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나는 아프리카계 아티스트들이 아니라 모든 아티스트들과 비교돼야 한다."
미국의 천재 미술가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는 흑인 정체성이 묻어나는 혁신적인 작품으로 '검은 피카소'로 불렸다. 그는 인종이라는 잣대를 거부하며 "나는 한낱 인간이 아니다. 전설이다"라고 당당히 외쳤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아이티인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바스키아는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 1977년부터 뉴욕 소호 거리 벽에 낙서 그림을 그리는 그라피티 그룹 세이모(SAMO)를 결성해 활동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팝아트 부흥과 함께 뉴욕 화단 중심부로 진입해 스타 작가가 됐으나 코카인 중독으로 요절했다. 8년간의 짧은 활동 기간 3천여점의 작품을 남긴 그는 20세기 시각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내 롯데뮤지엄에서 8일 개막하는 '장 미쉘 바스키아:거리, 영웅, 예술' 전은 거리의 이단아였던 바스키아가 낙서를 예술로 승화해 이룬 독특한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폭 4m에 달하는 캔버스에 그린 대작 회화를 비롯해 조각, 드로잉 등 총 150여점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다. 어린아이처럼 자유분방하면서도 거칠고 이질적인 이미지가 담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라피티로 시작한 바스키아는 회화에도 여러 단어와 문장, 다양한 이미지를 섞었다. 작품에는 왕관, 얼굴, 공룡, 동물, 자동차, 비행기, 뽀빠이를 비롯한 만화 캐릭터 등이 등장한다.
무질서하게 뒤섞인 글자와 이미지는 바스키아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사회 모순을 조롱하는 도구로 작용한다. 인종차별과 돈, 권력의 횡포 등에 저항하는 메시지와 더불어 다양한 서사를 담아 관람객의 상상을 유도한다.
듀크 엘링턴 등 존경하는 음악인들의 노래 제목과 가사들로 구성한 작업,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비장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고 나서 본 책 '그레이의 해부학'에서 영향을 받은 인체 표현 등도 여러 작품에 나타난다.
바스키아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주류 미술계에서 성공하도록 이끈 앤디 워홀과의 공동 작업도 소개된다.
바스키아는 각별한 관계였던 앤디 워홀이 1987년 사망하자 삶의 의지를 내려놓고 코트디부아르로 이주를 계획한다. 그러나 이주를 엿새 앞두고 숨을 거뒀다.
바스키아의 1982년작 회화 '무제'는 지난 2017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바스키아의 1억1천50만 달러(약 1천380억원)에 낙찰됐다.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였던 앤디 워홀을 뛰어넘은 당시 미국 작가 작품 최고가 기록이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거리 생활을 하다가 스타 화가가 된 바스키아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자유와 저항정신, 새로움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남아있다. 전시는 내년 2월 7일까지.
장 미셸 바스키아, Untitled (Yellow Tar and Feathers), 1982, Acrylic, oil stick, crayon, paper collage, and feathers on joined wood panels, 245.1×229.2cm [롯데뮤지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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