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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틱톡의 새 주인 찾기

오라클로 낙점된 틱톡 M&A 그 이후의 세계… 틱톡 데이터 활용해 B2C로, SNS 시장 재편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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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인해 공중분해될 위기에 놓였던 틱톡(TikTok) 미국 사업부를 오라클이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시장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틱톡은 오늘날 테크 자이언트 세계에서 가장 핫한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하나다. 테크놀로지의 지정학적 이슈 한복판에 있어서 뜨거운 감자로도 불린다. 5초에서 1분 이내 숏폼(Short-form) 형식의 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앱인 틱톡.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생)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현재는 무려 150개국 75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다. Z세대의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Z세대가 어린 시절부터 동영상이라는 콘텐츠에 익숙한 데다, 장문보다 단문을 선호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틱톡은 이점을 잘 파고들어 사용자만 전 세계적으로 15억 명 이상에 달하고, 앱의 가치는 블룸버그 추산 1000억달러(약 118조원) 규모일 정도다. 틱톡 미국 사업부는 미국 중국 갈등의 한복판에 자칫 미국 내 사업이 문을 닫을 뻔 했지만, 오라클과의 협상으로 살 여지를 남겨뒀다. 매경럭스멘이 창간호를 맞아 틱톡 인수합병(M&A)을 둘러싼 그 이면의 세계를 조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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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의 핵심 병기… 추천 알고리즘

숏폼 형식 외에 Z세대들이 틱톡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 추천 알고리즘에 있다. 틱톡의 추천 알고리즘은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서비스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뉴스 추천 서비스인 진르터우탸오를 철저히 벤치마킹했다. 틱톡을 이해하려면 모회사 대표인 장이밍을 먼저 알아야 한다. 장이밍은 1983년생으로 2012년 맞춤형 뉴스 큐레이션 진르터우탸오를 개발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중국 테크계의 영웅적인 인물이다. 푸젠성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독서광으로 자란 장이밍은 난카이대를 입학한 뒤 스마트폰이 부상하는 것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이 무렵 AI를 기반으로 연령, 직업, 활동 지역 등을 머신러닝해 맞춤형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진르터우탸오를 개발했다. ‘진르’는 오늘, ‘터우탸오’는 톱기사라는 뜻이다. 이후 진르터우탸오는 사명을 오늘날 바이트댄스로 변경했다.

진르터우탸오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개인별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관심 가질 뉴스와 콘텐츠를 미리 예측해 사용자에게 최적화해 신속하게 알려준다. 성별, 위치, 개인적 선호를 기반으로 뉴스를 추천하는 서비스다. 또 추천 뉴스를 읽었거나 거부할 경우 이를 딥러닝(Deep Learning)해서 독자들을 더 잘 알아간다.

진르터우탸오는 이 과정에서 거짓된 정보나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한다. 이용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만 전달한 것이 인기 비결이었다. 종전의 미디어는 이용자가 뉴스를 검색했다면, 진르터우탸오는 뉴스가 독자를 찾아가게 한 방식이었다. 특히 진르터우탸오는 빠르다. 정보 수집에서 독자 분석, 뉴스 제공까지 걸리는 시간이 불과 15초다. 구글이 2016년 발표한 추천 시스템을 위한 ‘와이드 앤 딥 러닝(Wide & Deep Learning for Recommender Sys tems)’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진르터우탸오는 2015년을 전후로 크게 변모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텍스트보다 동영상 뉴스를 선호하는 것에 착안해 동영상 뉴스를 보다 많이 공급했고 동영상에 대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바이트댄스는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의 규모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올해 초 차이나모바일이 구주를 일부 매각하면서 기업가치가 1400억달러(약 16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 코스피에 상장됐다면 삼성전자에 이어 2위가 됐을 규모다.

▶“투자와 복제” 바이트댄스의 성장 비결

바이트댄스가 급성장했던 배경에는 AI 추천 알고리즘을 각종 앱에 탑재한 데 있다. 이른바 투자와 복제 전략이다. 바이트댄스는 2012년 설립됐지만, 창업 2년 후부터 투자를 시작했을 정도로 공격적인 스타트업이다. 인공지능 기반 블로그나 국제 뉴스 사이트에 투자를 했는데, 주된 목표는 콘텐츠 확보였다. 또 2017년부터는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를 주도해 나갔다. 틱톡도 사실은 바이트댄스가 만든 것은 결코 아니다. 뮤지컬리(Musical.ly)라는 소셜 네트워크 앱을 2017년 인수했으며, 이를 시장의 환경을 고려해 리브랜딩한 것이 오늘날의 틱톡이다. 또 다른 전략은 철저한 복제다. 바이트댄스는 뉴스 외에도 메신저, 게임, 음악 등으로 보유 앱을 폭 넓게 늘려왔다. 중국에 한 개를 만들면 글로벌 버전으로 하나를 더 만드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글로벌 버전이 틱톡이라면 중국 버전은 더우인이다.

또 진르터우탸오라는 중국 뉴스앱이 있다면, 글로벌 시장을 위한 톱버즈 앱이 별도로 있다. 아울러 비디오 공유에는 비고(글로벌)와 시과비디오(중국)가 각각 존재한다. 이 같은 쌍둥이 앱들은 로고, 레이아웃, 필터 등을 공유하지만 콘텐츠 간 방화벽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2002년생 미소년 팝 가수인 제이콥 사토리어스(Jacob Sartorius)의 계정을 보면 틱톡에서는 2900만 명에 달하는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지만, 더우인에서는 36명만 존재할 뿐이다. 때문에 해외 사업체를 팔더라도 중국 사업까지 영향을 받지 않는 구조를 일찌감치 구축한 셈이다. 사업부를 쪼개 팔아도 비즈니스 모델에는 큰 타격이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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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을 둘러싼 의혹들… 유착, 유출

이런 가운데 틱톡은 중국 공산당과의 유착, 개인정보 유출 논란 등에 그동안 자유롭지 않았다. 예를 들어 홍콩 시위를 검색할 경우 셀카 사진이 뜬다거나, 가난한 사람이나 장애인이 올린 동영상은 필터링된다는 폭로가 잇따랐다. 특히 복사한 문구나 스크린 샷인 클립보드를 불법 수집한다는 의혹이 일면서 미국에서 큰 논란이 됐다. 이에 미국 상원은 2019년 10월 중국공산당이 틱톡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8월 6일 행정명령을 통해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의 모든 거래를 금지했다. 그러면서 9월 20일을 서비스 금지 기한으로 정했다. 틱톡으로서는 미국 사업을 그대로 접어야하기 때문에 미국 사업부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문제는 인도였다. 중국이 미국뿐 아니라 인도와도 분쟁을 겪으면서 틱톡의 서비스는 인도에서도 철퇴를 맞았다. 히말라야 산맥을 따라서 총 3200㎞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인도가 올 들어 유혈 충돌을 벌였다. 인도 정부는 정보 유출을 빌미로 중국이 개발한 118개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무더기 사용금지 명령을 내렸다. 테크에 대한 보복 조치였다.

인도에서 틱톡 사용자는 1억20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때문에 바이트댄스로서는 미국뿐 아니라 인도 내에서도 매각 이슈가 불거졌다.

▶바이트댄스 틱톡의 분할… 천하삼분지계 전략

이런 가운데 바이트댄스는 틱톡의 삼분지계를 그렸다.

문제가 된 사업부를 영위할 수 없다면 분리해 내겠다는 구상이었다. 구체적으로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미권 사업부 매각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월마트 컨소시엄, 오라클 등과 협상을 벌였고, 인도 사업부 매각은 릴라이언스그룹과 소프트뱅크 등과 논의를 벌였다. 가장 큰 시장들을 잘게 쪼개 우선 급한 불을 끄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러한 분쟁의 한복판에 있는 틱톡에 대해 러브콜이 쏟아졌다. Z세대가 그 중심에 있어서다. 인도 시장만 놓고 보면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가 앞서 50억달러(약 6조원)에 틱톡 사업부를 인수하겠다는 분석이 시장에서 돌았다. 국경 갈등으로 금지당했지만, 직전까지 2억 명의 인도 유저를 보유했는데 이는 큰 매력이었다. 특히 릴라이언스는 인도의 통신기업 지오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는데, 현재 보유한 소비자는 약 4억 명에 달한다. 지오 플랫폼은 여전히 소비자를 확대하는 데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데, 2억 명이라는 새로운 젊은 소비자 풀은 매우 매력적인 조건이었던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틱톡을 인수하려는 이유도 비슷했다.

틱톡을 인수해 단숨에 Z세대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사에 우위를 점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틱톡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월마트와 마이크로소프트웨어는 모두 아마존 경쟁사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리미엄으로 유통 시장을, 아마존웹서비스(AWS)로 클라우드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통은 월마트에, 클라우드는 MS에 각각 겹친다. 틱톡의 Z세대를 흡수할 수 있다면 아마존과 경쟁을 벌일 만하다는 판단이 들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미국 사업부 매각은 우선 오라클의 몫이 됐다. 오라클이 우선협상권자로 선정된 데는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과 트럼프 대통령 간 친분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래리 엘리슨은 기부금 모금 행사를 개최할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다는 평을 받았다. 실제로 오라클이 틱톡 인수전에 뛰어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오라클을 향해 “훌륭한 회사”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오라클은 MS에 비해 보유 현금과 B2C 사업 경험 면에서 모두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또 오라클은 인수전에 뛰어들기에 앞서 바이트댄스에 투자사인 제너럴 애틀랜틱과 세콰이어 캐피탈과 손을 잡은 바 있다. 세쿼이어의 중국 대표인 닐 선과 제너럴 애틀랜틱의 빌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둘 다 바이트댄스 이사다.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트럼프 정부 사이에서 중재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셈이다. 오라클은 1977년 래리 엘리슨이 설립한 회사로 인터넷에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를 접목시켜 대규모 저장장치 없이도 중앙처리장치(CPU)와 적은 양의 메모리만으로 운영할 수 있는 네트워크 컴퓨터(NC)를 마련했다. 오라클은 이 같은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매출만 395억달러(약 46조원)에 달하며 근로자는 13만 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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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랭킹 1위로 7740만 팔로워를 보유한 찰리 디아멜리오


▶오라클 틱톡 인수 그 이후…

현재 시장에서는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소유권을 유지하는 대신 데이터 클라우드 관리를 오라클에 맡기는 방안으로 중재안이 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가 강대강 대결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나온 현실적 대안이라는 평가다.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틱톡의 완전한 알고리즘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중국 정부는 해외에 자국의 빅데이터 등 기술을 판매할 경우 중국 정부의 선행 허락을 받도록 규정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새롭게 제시한 규제는 MS로 하여금 입찰을 어렵게 만들었다. 앞서 MS는 “인수할 경우 틱톡 영어권 앱 버전에 미국인의 정보 보호를 이유로 이를 제어할 코드를 심을 것”이라고 한 바 있는데, 이 때문에 중국 정부로부터 허락을 받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현재 오라클이 틱톡 앱을 활용해 어떠한 프로젝트를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오라클 역시 클라우드 분야에서 MS처럼 아마존을 적수로 두고 있는데 틱톡 데이터를 활용해 B2C 서비스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틱톡은 알고리즘 이전 없이 미국 사업부 매각을 희망하고 있고, 미국 정부는 알고리즘까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점이 변수다. 오라클이 우선협상대상자인 만큼 막판 조율이 예상된다. 바이트댄스는 복제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에, 설령 틱톡 매각을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큰 치명타를 받지는 않을 것이다. 바이트댄스는 급부상 중인 스타트업이다.

미국에는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가 있다면, 중국에는 BAT(Baidu, Alibaba, Tencent)라는 테크 자이언트가 있는데, 오히려 바이트댄스의 온라인 광고매출은 이미 텐센트와 바이두를 추월한 상태일 정도다. BAT에서 B가 바이두가 아닌 바이트댄스가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상덕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1호 (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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