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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집값' 잡으려다 '서민' 잡는 정부…잠재적 위험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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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급등…주거비 늘고 전세사고 위험↑

가계부채 '전세보증금' 늘어 국가경제 부담

통계 미비해 보증금 규모조차 예측 못해

소득주도성장위 용역 발주…대책마련 필요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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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대책들이 오히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주거비 부담이 늘고 '깡통주택'으로 인한 전월세 사고 위험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만큼 경제·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ㆍ월세상한제 등 임대차2법이 시행된 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서울 강남권 등 중심부보다 외곽지역 세입자들이 더 큰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매-전세가 격차가 좁혀지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주택' 발생 가능성이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서 더 높아지고 있다. 지금처럼 전셋값은 오르는데 매맷값이 조정국면에 들어가게 되면, 그동안 매맷값 상승이 약했던 외곽 지역에서 전세보증금 사고가 터지기 더 쉽다.


이미 국내에선 최근 몇년간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유행하면서 임대차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6월까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집주인 상위 30명이 떼먹은 돈은 1096억에 달한다.


이같은 전세보증금 사고는 아파트보다 연립ㆍ다세대주택, 서울 도심보다는 외곽이나 지방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고 위험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한국감정원의 전세가율을 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는 57.5%인 반면 연립주택은 71.7%로 나타났다. 아파트 중에서도 강남권(55.7%)보다는 강북권(59.5%)이 더 높았고, 지방은 74.7%에 달했다.


실제 보증금 사고도 서울 외곽과 지방에서 주로 발생했다. '전세보증금 사고 상위 30위 임대인 현황'을 봐도 서울 강남·마포구 등만 제외하면 강서·관악·양천구, 충남 예산군, 인천 서구, 경북 경산, 충남 천안 등에서 대형 사고가 많이 터졌다. 강남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시작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서민의 부담만 높인 셈이다.


이외에도 전셋값 급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주거비ㆍ가계부채 증가도 문제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에만 전세자금대출 등 개인보증이 23조8000억원 늘었다.


전세시장 불안정으로 경제 전반의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현재 정부는 가계부채 성격을 지니는 전월세 보증금 규모나 변동추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매매와 달리 임대차는 신고의무대상이 아니어서 확정일자 신고 내용 등으로만 통계자료를 수집할 수밖에 없다. 전세가 아닌 월세나 반전세 등은 감정원 통계조차 마땅히 없는 실정이다.


내년 6월부터 전ㆍ월세신고제가 시행되지만 이를 통해 거시통계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최소 2023년은 돼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정원 관계자는 "현재 전월세 보증금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신고제가 도입돼도 통계가 쌓이려면 최소 2년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정부가 전셋값 상승에 따른 잠재적 위험성을 분석하거나 세부 대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이하 소주성특위)는 최근 국내 주택 전월세 보증금 규모를 추정하기 위한 목적의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주성특위 관계자는 "보증금도 일종의 부채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셋값이 과도하게 오르면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과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장기적인 주택정책 수립을 위해선 종합적 통계데이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는 만큼 기초조사를 한 뒤 부동산 시장의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 방안도 함께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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