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옥션 경매에서 김환기 그림 `내가 살던 곳`이 경합 끝에 14억원에 낙찰되는 등 고가 미술품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사진 제공 = 서울옥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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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김환기의 '내가 살던 곳'이 경합 끝에 14억원에 낙찰되자 경매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올해 2월 말 코로나19 타격으로 반 토막이 난 국내 경매시장에서 10억원 이상 미술품이 거의 팔리지 않았는데 9월 경매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이날 이중섭의 작품 '아버지와 장난치는 두 아들' 역시 11억원에 낙찰됐다. 단원 김홍도의 '공원춘효도'는 4억9000만원에, 박수근의 '그림 그리는 소녀들'은 2억3000만원에 팔린 덕분에 낙찰률 72%, 낙찰총액 7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가장 좋은 경매 성적이다.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이 코로나19 타격에서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경매시장 낙찰총액은 348억4700만원으로 2분기 낙찰총액 259억7300만원보다 34% 증가했다. 코로나19 충격파가 가장 심각했던 1분기 낙찰총액은 229억9700만원이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고 주식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시중 유동자금이 미술품 경매시장으로 서서히 몰려오고 있다고 분석한다. 큰 손 컬렉터들이 돌아오고 있는데다가 새로 유입된 젊은 컬렉터들이 가세해 이제 바닥을 찍었다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투자 심리가 살아나면서 올해 1분기 12억원의 적자를 냈던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은 2분기 영업이익 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회사 측은 코로나19로 홍콩 경매를 열지 못했지만 외국 컬렉터들에게 직접 구매를 제안하는 프라이빗 판매액을 늘려 손실을 메웠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낙찰총액 170억원 외에 프라이빗 판매 관련 매출액 84억원을 추가로 올렸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홍콩 경매와 세계적인 아트 플랫폼 아트시를 통해 구축한 컬렉터들을 겨냥한 선택과 집중 마케팅이 통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집콕으로 실내 장식용 미술품 수요가 늘고 재테크 목적 구입이 늘어나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술품 경매사 케이옥션도 3분기 낙찰총액 129억원을 기록해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9월 경매에서는 르누아르의 그림 '딸기가 있는 정물'이 6억9000만원에 팔리는 등 낙찰률 75.2%를 기록했다. 특히 심산 노수현의 '우후'는 치열한 경합 끝에 시작가 1000만원의 4배에 달하는 4000만원에 판매됐다. 하종현의 1967년작 '탄생-B'도 시작가 8000만원의 2배인 1억8500만원에 새 주인 품에 안겼다.
케이옥션 관계자는 "취미 목적도 있지만 환금성이 높아서 미술품 경매로 오는 젊은 컬렉터가 늘고 있으며, 특히 중저가 작품에서 높은 낙찰률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해 미술품 경매시장 반등을 이끈 작가로는 한국 추상화 거장 이우환을 꼽을 수 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통계에 따르면 이우환은 올해 3분기 국내 미술품 경매에서 낙찰총액 45억3400만원, 낙찰률 82%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낙찰총액 61억원, 낙찰률 78%로 1위를 차지했다. 그의 작품이 상반기 낙찰가 상위 10위 중 5점을 차지했으니 '이우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역시 믿을 건 이우환뿐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잘 나가는 이우환 덕분에 코로나19와 불황에도 선방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이우환은 세계 미술계에서도 주가가 올라가고 있어 앞으로도 가격 상승 여지가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2011),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2014), 영국 서펜타인 갤러리(2018), 프랑스 퐁피두센터 메츠(2019), 워싱턴 DC 허시혼 박물관(2019~2020) 개인전이 호평을 받으면서 세계 주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일본 나오시마 이우환 미술관 개관에 이어 내년 프랑스 아를 지방에 새로운 전시 공간 개관도 앞두고 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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