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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베를린 소녀상' 철거 위기

슈뢰더 부부도 나섰다, 베를린 소녀상 철거에 "반역사적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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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거리 ‘평화의 소녀상’

日 거센 항의로 철거 위기

시민들 반대 청원 나섰지만

1년 뒤 재심사, 연장 불투명

중앙일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빗물이 맺혀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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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막으려는 법적 대응이 시작된다. 현지 시민단체는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 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예정이고, 철거 반대 청원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집요한 日 외교, 소녀상 철거 결정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달 말 관할 미테 구(區)의 허가를 얻어 거리에 설치됐다. 설치 직후인 지난 1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직접 나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하이코마스 독일 외무장관과의 화상통화에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도 “일본 정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소녀상 철거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지난달 29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미테구청은 7일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에 오는 14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철거 명령의 이유로는 “사전에 알리지 않은 비문(碑文)을 설치해 독일과 일본 간의 관계에 긴장이 조성됐다는 것”을 내세웠다. 미테구청은 해당 비문의 내용이 한국 측 입장에서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공공장소의 (정치) 도구화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소녀상 지키려는 움직임, 현지에서 시작됐다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코리아협의회 측은 설치 당시 비문 내용에 대한 제출 요청이 없었을뿐더러 비문 내용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로 데려갔고, 이런 전쟁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생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는 설명 문구가 들어있다. 정의기억연대가 기증했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한 소식통은 “미테구가 비문을 문제 삼았는데, 이 경우 동상 철거가 아니라 비문 교체에 대한 요구가 먼저라는 판단이 법률가들 사이에서 나온다”며 “행정당국의 무리한 행정명령이기 때문에 사법당국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 현지에서는 철거 반대 청원운동이 시작됐다. 청원사이트(www.petitionen.com)에 따르면 12일 오전 11시까지 2564명이 서명했다. 한국에서도 청와대 국민청원사이트에 철거 반대 청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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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11월 1일 경북 경주시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내 솔거미술관을 찾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김소연씨 부부가 박대성 화백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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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부부도 소녀상 철거 지시에 항의하며 독일 당국에 결정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11일(현지시간) 전달했다. 슈뢰더 전 총리의 부인인 김소연씨는 페이스북에 슈테판 폰 다쎌 미테구청장을 상대로 한 공개편지를 통해 철거명령 철회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한을 통해 “구청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은 잔인한 폭력의 희생자로 고통받은 소위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저버리는 반역사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보편적 인권 문제의 상징물이라는 점, 납득시켜야



코리아협의회가 베를린 행정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본안 소송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경우, 법원의 최종 판단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베를린 소녀상의 설치기한이 1년이라는 점이다. 기한을 연장하려면 재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법적 다툼으로 상당 기간 소녀상을 그 자리에 둘 수는 있지만, 행정명령을 무효로 하더라도 그 이후를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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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쓰인 비문을 지나가던 시민들이 읽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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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이 국제적인 전쟁 여성 피해 문제를 알리기 위한 보편적 인권 문제의 상징물이라는 점을 납득시키는 게 연장 여부를 가르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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