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첫 TV토론 맞대결 벌이는 트럼프·바이든 (클리블랜드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29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대선 첫 TV토론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끝)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재선 도전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이 미국 내 최고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에 대한 '구애'를 하고 있다고 미 AP통신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오는 11월 3일 치르지는 대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최대 이슈로 부각한 가운데 파우치 소장이 유권자들로부터 받고 있는 두터운 신뢰를 표심 공략에 활용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파우치 소장은 자신의 정치적 영역에 끌어들이지 말라며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파우치 소장이 지난 3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담은 대선 광고로 논란을 빚고 있다.

광고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회복하고 있고, 미국도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전에 대응하며 일어섰고, 노인을 보호하고 생명을 살리는 약을 구하는데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누구도 이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다"는 파우치 소장의 당시 발언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안일하고 때늦은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는 가운데 파우치 소장의 이 같은 언급을 통해 비판을 불식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후보는 코로나19에 대한 파우치 소장의 의견을 마치 '복음'처럼 다루고 있으며, 코로나19 제한조치의 완화를 고민하는 주지사들에게 파우치 소장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바이든 후보는 또 당선 시 파우치 소장이 코로나19 태스크포스에서 자문역할을 지속해서 하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바이든 후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나온 카멀라 해리스 후보도 지난 7일 대선 TV토론에서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안전한지를 결정하기 전에 파우치 소장의 지침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AP=연합뉴스]

그러나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캠프의 광고에 대해 연방 공중보건 공무원들의 노력을 언급한 것이라면서 트럼프 캠프가 발언의 앞뒤 맥락을 자른 채 마음대로 갖다 썼다면서 광고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

파우치 소장은 CNN인터뷰에서 "정말 유감스럽고 실망스럽다"면서 자신은 지난 50여년간의 공직 생활에서 "결코 그 어떤 정치적 후보에 대한 지지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파우치 소장은 "그런 광고와 같이 나를 정치적 상황에 밀어 넣는, 원하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7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도 바이든 캠프가 접촉을 해왔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면서 "그들이 잘 알 것이다. 나는 민감한 위치에 있다"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파우치 소장은 다만 미 경제매체인 CNBC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전염병 전문가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종종 입바른 소리를 해온 파우치 소장은 미 국민에게서 비교적 높은 신뢰를 받고 있으며 이것이 트럼프 캠프와 바이든 캠프의 `구애' 배경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보건분야 비영리단체인 카이저 패밀리 재단의 지난달 조사에서 68%의 미국인들이 코로나19와 관련해 파우치 소장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답변은 각각 52%와 40%로 나타났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4월 "정부가 더 빨리 움직였다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밝혔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파우치를 잘라라'(FireFauci)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트윗을 리트윗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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