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수요집회를 열고 독일에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일본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아울러 소녀상은 앞으로도 같은 자리에 있어야 한다며 철거가 보류된 데 관해 한국·독일·일본의 시민들에게 감사와 연대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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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소녀상 철거 요청, 반인권·반평화·반역사적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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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4일 낮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61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2020.10.14/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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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은 14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 1461차 수요집회를 열었다. 정의연은 최근 일본 정부 요청으로 베를린 미테구가 소녀상을 철거하려고 했던 것에 "역사를 지우려는 일본 정부의 파렴치한 행동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1992년 시작된 수요시위는 이날로 1만227일째를 맞았다. 이번 집회는 종로구의 코로나19(COVID-19) 방역 방침에 따라 집회 아닌 소수 인원만 참여한 기자회견 형식으로 열렸다. 현장의 경찰관은 "회견 진행 중 방역에 있어 문제되는 부분은 없었다"고 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경과보고에서 "8일 독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며 "베를린 시민들이 오랜 노력 끝에 소녀상을 세운지 10여일만에 미테구가 철거요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14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집행하겠다는) 미테구의 갑작스러운 통보보다 더 참담한 일은 일본 정부의 반인권·반평화·반역사적 행태"라며 "일본 외무장관이 독일 외무장관에게 철거 요청을 하는 뻔뻔스러움마저 불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극우 정권에게 위안부 문제는 사죄하고 직시해야 할 역사가 아니라 부정과 부인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라며 "일본은 미테구의 철거 집행을 '적'의 실책을 이용해 이뤄낸 외교 성과라고 자축하는데, '적의 실책'은 한국 언론이 허위 왜곡으로 만든 회계 부정이라는 사태를 가리킨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일본에서 일주일만에 123개 단체와 2000여명 시민이 모여 자신의 정부를 향해 '부끄럽지 않냐'고 항의하는 등 전세계 시민들의 행동으로 철거가 보류됐다"며 "13일 미테구 의원 과반수가 구청장에게 재검토를 요청했고 구청장 또한 재검토를 약속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이는 소녀상이 국가 간 갈등 아닌 보편적인 여성인권의 표상이라는 것과 전세계 시민들의 것이라는 사실을 뜻한다"며 "베를린에서 '소녀상은 그 자리에 있어야 해'라고 외친 독일 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에 깊이 공명하며 앞으로도 평화·인권 가치를 위해 뚜벅뚜벅 걸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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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요청 승인은 폭력에 굴하는 것…일본은 과거사 직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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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4일 낮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61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2020.10.14/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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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민·단체들도 일본과 미테구를 비판하며 정의연에 연대 성명을 보냈다. 경기도에 사는 고등학생 박승배군은 "일본은 일본군성노예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한국 정부는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문제 해결에 적극 앞장 서야 한다"고 전했다.
페미니즘 연구자 반디씨는 "9월 28일 베를린에 평화비가 설립되자 일본 외무성은 '다양성이 공존하는 베를린에 평화비가 있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철거를 요구했다"며 "미테구가 이 요청을 들은 것은 전쟁범죄의 역사를 지우려는 자들의 폭력에 굴복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메르켈 총리는 홀로코스트에 대해 '희생자들을 위해, 우리 자신을 위해 기억하겠다'고 한 바 있다"며 "미테구의 평화와 정의를 위한 현명한 결정을 기대하며 이 일을 계기로 제2차 세계대전 때 일어난 성폭력·성착취 사실이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의연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초기부터 함께 활동해온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는 "일본 정부는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올바른 역사 교육에 나서야 한다"며 "한국 정부도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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