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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재정건전성 강조하고 양적완화에는 선 그은 이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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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준금리, 코로나 극복 때까지 연 0.50% 유지 전망
한은, 채권·외환시장 우려 크지 않아… 당분간 '관망'

"장기적으로 국가채무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억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양적완화를 도입할 단계는 아직은 아니다."

14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통화정책방향 설명회는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날 기준금리를 결정짓는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30분 남짓 만에 끝난 것과 대조적이었다. 기준금리 동결이 기정사실화 됐던 상황에서 경제현안에 대한 이주열 총재의 시각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채권·외환시장에 대한 한은의 진단은 '개입할 정도로 불안하지 않다' 였다. 국고채 추가 매입은 물론 매입 대상을 확대하는 '양적완화(QE)'에도 분명한 선을 그었다. '맹탕'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재정준칙에 대해서는 자기규율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엄격함'과 '채무 억제'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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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 총재가 14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한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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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결정 없었던 금통위… 당분간 '관망 기조'

한은은 당분간 기준금리, 비전통적 통화정책 결정을 쉬어가며 경제상황을 지켜보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는 실효하한인 0.50%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추가적인 인하 조치는 어렵다는 전망이 대세를 이룬다. 이 총재도 "코로나19의 영향이 점차 약화되면서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채매입과 관련해서도 "시장 불안이 야기된다면 적극 개입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내년 적자국채 규모가 9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은 추가적인 개입을 할 정도로 시장 불안이 심화되지 않았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올해 총 8조원의 국채 단순매입을 실시했는데, 현재로서는 규모를 더 확대할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매입 채권 대상을 공사채, 투자등급 회사채까지 확대하는 양적완화에 대해서는 '시기상조' 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최근 거시경제 흐름, 앞으로의 전망,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볼 때 채권매입 대상이나 그 규모를 확대하는 본격적인 도입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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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 총재(가운데)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한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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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 재차 언급… 엄격한 '재정준칙' 강조

최근 도마 위에 오른 '재정준칙'에 대한 이 총재의 평가도 이어졌다.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비율을 각각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3% 범위에서 관리하겠다는 내용의 한국형 재정준칙은 발표 직후부터 국가채무 감축 효과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총재는 재정준칙에 대해 코로나19 발생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지만, 원칙적으로는 재정준칙의 엄격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저출산 그리고 급속한 고령화 진전으로 인해서 연금이라든가 의료비 등 의무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인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일부에서 우려하는 재정건전성에 대해서는 저출산·고령화라는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이 총재는 "재정의 적극적인 운용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채무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억제하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계부채·한계기업'…저금리 속 한은의 고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불가피하게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로 낮췄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부동산·자산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가계부채 증가액이 8월과 9월에 역대 1, 2위를 기록한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을 둘러싸고는 매매는 물론 전세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주거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총재는 "일반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차입비용 감소를 통해서 가계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도 "가계대출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이 될 경우에는 추가적인 금융불균형 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 또한 가볍게 넘길 수 없다"고 했다.

또 저금리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보건위기 상황에서는 유동성의 문제와 생존 가능성의 문제를 가려내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구조조정을 조급히 할 경우 생존 가능한 기업까지도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이는 코로나19 대응 노력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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