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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가짜사나이' 잇따른 논란

"얼차려 잘 받는다고 남자 아니다" 가짜사나이가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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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캠프가 없어진 지 몇 년이 지났다"

지난 8월 방영된 유튜브 콘텐트 '가짜사나이 시즌1'의 누적 조회 수가 5000만이 넘었을 때 한 시사 유튜버 A씨가 한 말이다. A씨는 영상에서 "가짜사나이는 가혹 행위인 얼차려만으로 영상이 가득 차 있다"며 "가혹 행위를 이겨내는 것은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짜사나이를 비판했다가 악플이 많이 달렸다"며 "군대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갖게 된 사람이 많은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가짜사나이를 비판한 A씨의 영상에는 16일 기준 '좋아요'는 6200개, '싫어요'는 2만 1000개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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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체험 예능 '가짜사나이'를 통해 대세가 된 이근 해군특수전전단 출신 예비역 대위는 "인성에 문제 있어?"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다. [유튜브 캡처]



출연자 중 예비역 대위 이근씨의 빚투 의혹과 과거 성추행 전력이 알려져 논란이 된 가짜사나이는 '일반인이 특수부대 훈련을 체험해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다'는 주제를 담은 유튜브 콘텐트다. 이 콘텐트는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출신 교관들과 유튜버·방송인들이 출연해 '머리 박아' 등의 얼차려와 폭언을 포함한 서바이벌 훈련을 참가자 동의로 진행했다. '진짜 같은 군대 훈련'을 표방한 가짜사나이는 전국적인 팬덤을 만들며 시즌 2의 누적 조회수도 3000만회를 돌파했다.



가학성 논란에 "방영 중단"



인기를 누리던 가짜사나이 시즌 2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계기는 지난 10일 방영된 네 번째 에피소드 '꺼져가는 의식,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라'다. 이 영상에는 끝까지 살아남은 훈련 참가자들이 과도한 훈련 강도에 포기를 선언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전에도 일부 출연자는 각막이 찢어지고, 기절 직전인 모습을 보였다. 댓글 창에는 "국가대표 운동선수나 격투기 선수가 못 버티는 훈련이 정상이냐"며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알려준다더니 포기를 가르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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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보안 및 전술 컨설팅 회사 무사트(MUSAT)가 유튜브 채널 공지에 올린 글.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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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성 논란 이후엔 이근 대위 등 인기를 끈 일부 출연자들의 사생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16일 오후 1시 가짜사나이 제작을 맡은 피지컬갤러리 측은 "최근 논란에 도의적 책임을 진다"며 관련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군대라서 괜찮은 것 아니다"



가짜사나이 2가 결국 종영을 선언하자 평론가들은 "군대 예능의 선정성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군대 관련 예능은 전역자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군대에 가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소재라 늘 관심을 받는다"며 "한때는 군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보여주는 응원의 의미도 있었다"고 했다. 다만 정 평론가는 "강한 얼차려 훈련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 불편하다"고 밝혔다.

최태섭 대중문화평론가도 "'군대라서 폭력이 괜찮다'는 인식이 퍼질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짜사나이의 경우 훈련이 마치 남성의 통과의례라는 서사를 보여준다"며 "이런 서사는 비민주적 군대 문화의 폐단을 없애려는 노력에 반대로 기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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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방영된 MBC〈진짜사나이〉의 한 장면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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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사나이가 보여준 군대가 실제와 다르다는 지적도 있었다. 해병대 대위 출신인 군인권센터 방혜린 간사는 "가짜사나이에서 그리는 모습은 실제 군대와 지나치게 다르다"며 "자극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군대에 대한 이미지를 오해하게 한다"고 말했다. 방 간사는 "실제로 군대에서 예전처럼 가혹행위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MBC 진짜사나이나 푸른거탑 등의 예능도 ‘군대=가혹행위’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군대를 친근감 있게 표현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해군은 부대 내 가혹 행위에 대해 "'대가리 박아' 훈련은 해군에서 현재 사용하지 않는 용어"라며 "공식 훈련에 포함돼있지 않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유튜브 콘텐트 한계' 지적도



전문가들은 "유튜브 콘텐트의 한계'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덕현 평론가는 "유튜브 콘텐트 특성상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콘텐트가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다"며 "자극적인 만큼 조회수가 높겠지만, 그렇다고 공감대가 높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16일 가짜사나이는 카카오TV, 왓챠 등 플랫폼에서도 방영이 중단됐다. 11월 중순 전국 CGV영화관 100여곳에서 4DX 상영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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