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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사설]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로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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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지난 17일 오후 을지로입구에서 CJ대한통운 규탄대회 후 올해 사망한 택배노동자 5명의 영정을 들고 추모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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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에서 근무하던 30대 택배노동자 김모씨가 자택에서 숨졌다. 같은 날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는 일용직으로 일하던 20대 장모씨가 목숨을 잃었다. 나흘 전에는 CJ대한통운 소속 40대 김원종씨가 택배 물건 배송 작업 중 가슴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불과 1주일 새 택배노동자 3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자, 올 들어서만 10번째 택배노동자 사망이다. 젊은 택배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에 할 말이 없다.

숨진 한진택배 김씨는 카카오톡에 하루 420개의 물량을 배달했고 새벽 4시까지 일했다는 내용을 남겼다. 장씨는 숨지기 전날 오후 7시부터 새벽 4시까지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 분류작업을 했다. 20년 경력의 택배기사였던 김원종씨는 매일 하루 14~15시간 일했다. 건강했던 20~40대 택배노동자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뒤에는 장기간 노동과 과중한 업무가 놓여있다. 설문조사 결과 택배노동자들은 주간 평균 71.3시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뛰어다니며 일한다”는 그들의 하소연이 결코 빈말이 아니다.

전국 택배노동자는 5만여명(미등록 노동자 포함)으로 추정된다. 2000만명에 달하는 전체 노동자에 비하면 적은 수이지만, 과로사·산재 사망 비율은 어느 업종보다도 높다. 택배노동자의 과중한 업무를 덜기 위한 분류인력 상시충원, 수수료 인상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 택배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 택배 등 특수고용직은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노사의 협의를 통해 ‘적용제외’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이 ‘적용제외’가 특고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을 막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사업주는 특고노동자가 산재보험에 가입하면 보험비를 부담할 뿐 아니라 사고발생 시 노동부 근로감독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이를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계약 시 특고직에게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적극 권유·유도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택배노동자 가운데 산재보험 가입자는 약 15%에 불과하다. 생전에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제출한 고 김원종씨의 경우에는 사업주의 신청서 대리 작성 의혹마저 일고 있다.

산재보험은 재해 보상의 성격도 있지만, 사업주에게는 노동환경 개선을 강제함으로써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산재보험법 개정으로 택배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작업환경과 근무 조건이 개선돼 과로사를 줄일 수 있다. 택배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한다. 국회는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폐지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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