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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석유제품 '팔수록 손해' 1년째 지속…"이보다 더 최악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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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둘째주 정제마진, 배럴당 1.5달러…1년째 BEP 이하

최근 회복, 일시적 효과…코로나에 사상 최악 위기 지속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2019.9.1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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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정유사의 수익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이 1년째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코로나19가 불러온 사상 최악의 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2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10월 둘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5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이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가·수송비 등을 뺀 것으로, 정유사의 수익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다. 보통 업계에선 배럴당 4~5달러가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최근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인 5달러를 넘었던 전 지난해 10월 둘째주(5.8달러)가 마지막이다. 1년 동안 '팔수록 손해'인 상황이 지속된 셈이다. 심지어 해당 기간에 마이너스(-) 마진이었던 적도 24주나 된다. 연평균 정제마진이 배럴당 7.1달러(2017년), 5.8달러(2018년), 3.7달러(2019년)였던 과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올해 정제마진이 급격히 추락한 건 코로나19로 인해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의 수요가 감소한 탓이 크다. 전국적으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이동 제한 조치가 이어지고 소비도 줄어들면서 석유제품의 공급만 넘쳐난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3월 셋째주부터 6월 둘째주까지 정제마진은 '13주 연속 마이너스'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5월 첫째주에는 배럴당 -3.3달러까지 내려갔다.

이 기간이 속한 올해 상반기 국내 정유 4사는 총 5조1016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이전까지 정유업계가 최악이라고 본 시기는 산유국들이 셰일가스 패권을 놓고 가격 경쟁을 벌여 유가가 급락해 1조1500억원(4사 합계)의 손실을 본 2014년 4분기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이보다 더 어려울까 싶을 정도로 최악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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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5.12/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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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은 마이너스가 빈번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5주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는 등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이전 수준의 회복은 한참 멀었다는 분석이다. 최근의 상승도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게 아니라 국제유가의 상승에 따른 일시적 효과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개별 석유제품 모두가 부진한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이동·여행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정유사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휘발유·항공유 마진은 각각 배럴당 4달러대와 1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신흥국의 산업활동도 둔화되면서 산업 현장에서 주로 쓰이는 경유의 지난주 마진은 배럴당 3달러대로 떨어졌다. 이는 예년 수준(12달러 이상)보다 한참 낮다.

정유업계는 올해 3분기 소폭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 전환을 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사상 최악이었던 올해 상반기에서 겨우 벗어나는 정도의 의미만 있다고 본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재확산 위험이 아직 남아있고 석유제품 수요도 당장 회복될 이유가 딱히 없다"며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비슷한 위기가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무섭다"고 우려했다.

당장 업황이 회복되더라도 탈(脫)석유 흐름에 따라 앞으로 석유제품의 수요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부정적이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산업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10년치의 역성장이 나타났다고 평가하면서, 2027년에나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석유의 빈자리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채울 전망이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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