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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팩트체크]'법 근거없는 지자체 국감 그만' 이재명 주장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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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법상 광역지자체는 대상…단, 국가 위임사무·예산 지원 사업에 한정

지자체 자치사무는 지방의회가 감사…자치사무中 국가예산투입 사업 있어

연합뉴스

답변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수원=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10.19 [사진공동취재단] xanadu@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이율립 인턴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국정감사 당일인 지난 19일 "근거 없는 자치사무 국정감사를 그만해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받았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회는 '국정' 감사 권한이 있을 뿐 지방정부의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감사 권한이 없다"며 "법에도 감사 범위를 국가위임사무와 국가 예산이 지원하는 사업에 한정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수십 년 간 위법임을 알면서도 '자치사무'에 대한 '국정'감사가 반복되어왔다"면서 "내년부터는 너무너무 힘들어하는 우리 공무원들 보호도 할 겸, 법과 원칙이 준수되는 원칙적이고 공정한 세상을 위해 자치사무에 대한 국정감사 사양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소속 의원들은 국감장에서 이 지사의 글을 거론하며 질타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이 지사의 페북 글을 지목하며 "(국회의원들을) 졸지에 청계천에서 불법 장사하는 상인들과 등치화했다"며 "헌법과 법률을 부정하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을 명확히 해달라. 도지사로서 국감을 안 받겠다는 것은 헌법 개정 문제"라고 따지고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도 "아침에 국감 관련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던데…"라며 글을 올린 취지를 물었고, 같은 당 소속 서영교 위원장 역시 "경기도는 감사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지사는 "국감을 안 받겠다거나 불법이라고 단정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다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고 글의 작성 취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국감법상 광역지자체는 국감 대상…단, 대상은 국가위임사무·보조금 지원 사업만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국감법) 제7조 2호는 "지방자치단체 중 특별시·광역시·도"를 국정감사 대상으로 명시한다. 즉 광역지자체인 경기도는 국감 대상인 것이다.

국회의 지자체 대상 국감은 각 상임위원회 의결로 일정이 정해지는데, 통상 행정안전위원회가 2년에 한 번 국감을 실시하는게 일반적이다. 다만, 필요에 따라 다른 상임위도 지자체 국감을 할 수 있으며, 전년도 국감이 열렸더라도 올해 또 개최할 수 있다. 특히, 서울시나 경기도는 다른 지자체보다 사업이 많아 매년 여러 상임위 국감이 열리는 경우가 많다.

단 국감법 7조 2호 후반부는 국회의 지자체 대상 국감 범위에 제한을 뒀다.

"그 감사 범위는 국가위임사무와 국가가 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지자체가 중앙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은 국정감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즉, 지자체의 예산으로 이뤄지는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국회가 국정감사 권한을 갖고 있지 않으며, 원칙적으로 자료 제출 요구 대상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지방정부의 자치사무에 대해 국회가 감사할 권한이 없다'는 이 지사의 주장은 법 조문에 따르면 사실이다.

지방자치법이 규정한 자치사무 범위는 ▲지자체의 구역·조직·행정 관리 등에 관한 사무 ▲주민복지 관련 사무 ▲농림·상공업 등 산업 진흥에 관한 사무 ▲지역개발과 주민 생활환경시설 설치·관리에 관한 사무 등 다양하다.

대신, 국정감사 대상이 아닌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각 지방의회가 매년 감사를 진행한다

지방자치법 제41조는 "지방의회는 매년 1회 그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대해 시·도에서는 14일 범위에서, 시·군 및 자치구에서는 9일 범위에서 감사를 실시"한다"고 명시, 지방의회의 행정감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현실에서는 이러한 법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김종수 국정감사대책위원장은 "공무원 징계나 인사, 지방위원회 현황 등 국가위임사무와 분간 없이 자치사무에 대해서도 무조건 자료 요청이 올 뿐더러 이게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국정감사 요구자료들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한국보건산업진흥원·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등 국정감사에 국정감사 요구자료들이 책상 위에 쌓여 있다. 2020.10.15 zjin@yna.co.kr



◇"정부예산지원 없는 '순수 자치사무' 무 자를듯 구분 어렵지만 지방자치 헌법정신 준수해야"

자치사무를 강조하는 이 지사의 발언과 관련, 정부가 자치사무에 드는 비용을 포함해서 지자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20일 경기도 국감에서 "아버지 없는 아들이 있느냐. 국가 없는 지방자치단체가 어디 있느냐"라고 지적한 발언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김홍국 경기도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중앙정부 예산 지원이 없는 순수 자치사무와 중앙정부 지원이 포함된 자치사무를) 무자르 듯 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지자체로서 중앙 정부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올해 두 상임위 국감을 치르며 전 공무원이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무리한 요구가 많았던 만큼 (지방자치를 명시한) 헌법 정신과 법률 규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진정한 지방 자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지자체 스스로 재정 독립성을 강화하고, 국회는 지자체에 대한 '중복 감사'(지방의회의 영역과 중첩되는 감사)를 피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권영주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자치사무지만 예산 지원받는 부분이 많아 (지자체 사무 중에) 상당수 국감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지자체가 재정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을 수 있어야 하고, 국회 역시 제도를 개혁해 국정감사 대신 필요할 때만 특정 사안을 조사하는 국정조사 권한만 갖는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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