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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괴롭고 힘들땐 유튜브 법당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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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유튜브에만 존재하는 섬이 있다. 섬 이름은 '그래도(島)'다. 섬에는 '그래도 괜찮아'라는 책을 쓴 힐링 멘토 마가 스님(60)이 상주하는 절 '미고사'가 있다. '미고사'는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약자다. 사단법인 자비명상을 이끌고 있는 마가 스님의 유튜브 채널 '스마트 법당 미고사'가 화제다. 8월 중순 시작했는데 누적 조회 수가 1만1000회를 넘었다. 20일 인사동 한옥 찻집에서 만난 마가 스님은 가장 먼저 코로나19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 유튜브 법당을 생각하게 된 건 14일간 자가격리를 하는 분들을 위해서였어요. 14일간 갇혀 있어야 하는 분들에게 부처님 말씀을 전하고 싶었죠. 그렇게 시작해서 코로나19 시대에 걸맞은 비대면 법당을 만드는 것으로 발전했죠."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면 자가격리 기간 14일을 상징하는 14개의 여행길이 있다. 섬 여행 가이드는 게임프로그래머로 일하다 출가한 젊은 등명 스님이다. 각 길에는 '알아차림과 멈춤' '슬픔과 우울' '받아들임과 인정' 등 이름이 붙어 있다. 영어 중국어 일어로도 자막 서비스를 한다.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에게 걸림돌이죠. 그런데 내 앞에 있는 돌이 걸림돌이 되느냐, 디딤돌이 되느냐는 우리가 마음 먹기에 달렸습니다. 힘들 때일 수록 나 자신을 잘 돌봐야 합니다. 스스로를 다독일 줄 알아야 합니다."

마가 스님은 1982년 도선사 현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중앙승가대를 졸업하고 속리산 복천암을 시작으로 미얀마, 인도에서 수행한 뒤 돌아와 여러 사찰의 주지를 지냈다. 동국대 정각원 교법사를 역임했고 현재 사단법인 자비명상 이사장이자 서울 현성정사 주지로 있다. BBS불교방송 고정 진행자로 미디어 포교에도 앞장서고 있다.

스님은 마음의 평안을 찾기 위해서는 '멈춤'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스님은 대화 내내 우울이나 슬픔이라는 단어를 많이 거론했다. 그만큼 코로나 우울증으로 스님께 상담을 청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슬픔을 절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평생을 갈 것 같아도 살다보면 얕아지는 게 슬픔입니다. 슬픔을 무시하고 묻어두기만 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슬퍼도 슬픔에 갇혀 있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스님은 늘 경쾌하고 참신하다. "힐링(Healing)하려면 자신을 킬링(Killing)해야 한다"는 말은 스님이 남긴 말 중 널리 회자된다. 모든 욕구의 산실인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죽여야 결국 힐링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이다. 하긴 그렇다. 자기 욕망과 과오와 자만심을 내려놓지 못하면 무슨 힐링이 있겠는가.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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