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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 "종부세 완화" 이낙연 제안 하루만에 당정 긴급진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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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난극복 K-뉴딜위원회 점검회의에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주거 대책은 가장 중요하고 당면한 민생 과제"라며 부동산 정책 개입 의사를 드러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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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동산 정책의 새로운 접근”을 예고한 지 하루 만에 종합부동산세 인하 논란에 휩싸였다. 이 대표의 1가구 장기보유 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책 검토 제안 자체에 대해 당·정 안팎에서 이견과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20일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이견을 조율할 사안이 많다. 아직 조율이 안 된 상태여서 섣불리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당대표 본인 아이디어”



복수의 당정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달 초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유관 부처에 “장기 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 감면안을 검토해달라”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고 한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당내 실무진 논의에 앞서 이 대표 본인 아이디어로 먼저 제안이 이뤄져 유관 부처가 검토보고서 작성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종부세에 현행 장기보유공제, 고령자공제 외에 장기거주공제를 추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공제 한도는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종부세법 개정안에 맞춰 최대 80%를 유지하는 쪽으로 초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공제 항목이 추가될 뿐 공제율 자체를 높이려는 계획은 아니다”(정부 관계자)라는 설명이다.

검토보고서를 확인한 이 대표는 지난 18일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비공개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종부세 조정 필요성을 일부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세 거래 물량은 예년과 비교했을 때 늘었다”는 등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부동산 시장 동향 보고가 이뤄진 회의였다. 다만 종부세 관련 세부적 논의는 없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정·청 간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했다.



하루 만에 긴급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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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고령의 장기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공제율은 80%에 이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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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다음날인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 부동산 정책기구인 ’미래주거추진단’ 출범을 발표하면서 “1가구 장기보유 실거주자에게 세금 등에서 안심을 드리는 방안을 중심으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투기가 아닌 실수요자에 대한 종부세·재산세 등에 대한 재검토 가능성이 함축된 메시지였다. 하지만 ‘3년 이상 실거주’ 등 구체적 그림이 보도되자 20일 당 정책위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종부세 감면 확대 관련 언론 보도가 있다. 당정은 전혀 검토한 바 없고 계획도 없다”고 했다.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3년 얘기를 왜 하냐, 3년이 장기 (거주)냐”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당대표실 관계자는 “확정 전에 무작위로 정책이 제시되면 시장에 혼선을 주게 된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당·정이 기존에 추진하던 재산세 인하안을 확정한 뒤, 종부세 추가 조정 여지를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부담을 감안해야 한다는 당의 의견을 반영해 재산세 관련 부분은 추후 당정협의를 통해 결론을 내겠다”(한 정책위의장)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불과 두 달 전 개정한 종부세법이 아직 시행도 되지 않았다. 이미 예고한 재산세 조정을 마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실거주 1주택자 재산세 인하 방침은 지난 8월 홍 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공식화했다.



향후 조정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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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환담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늦어도 다음달 초 재산세 완화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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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제에 관한 과거 발언에서 이 대표의 지론을 읽기는 쉽지 않다. 이 대표는 지난 4·15 총선 유세에서 “1가구 1주택 장기거주자, 뾰족한 소득도 없는 분들에 대해 과도한 세금을 물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완화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4월11일)고 했다. 그러나 당대표 경선 때는 “종부세도 강화했고 취득세, 양도소득세도 강화했다. 세금을 완화하지 않고 유지하면서 보면 확실히 투기의 매력은 줄어들 것”(8월24일)이라고 했다. 주변에서는 ‘핀셋 완화’ 추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한 측근은 “종부세 인하 논의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는 것은 이 대표 의중과는 다르다”고 했다.

이미 장기간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책을 논의, 실행해 온 당·정·청이 종부세 완화에 뜻을 모으기 쉽지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한 국토위 소속 의원실에서는 이날 “종부세 완화론은 당대표가 독자적으로 검토하다 조기 진화한 것”이라며 “국토위에서는 전문위원도 금시초문이라고 할 정도로 실무 검토가 없었다”는 말이 나왔다. 당 일각에서는 “그동안 세제 강화하느라 노력한 건 뭐가 되냐”(수도권 재선)며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향후 부동산 정책 추진 방향을 묻는 질문에 “추진단이 곧 발족할텐데, 발족도 하기 전에 내가 말하면 추진단은 들러리라고 반발할 것 아니냐”며 즉답을 피했다.

심새롬·정진우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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