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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특수효과의 매직에 즐거운 눈…임팩트 약한 뮤직엔 아쉬운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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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뮤지컬 ‘고스트’

[경향신문]

경향신문

뮤지컬 <고스트>에서 유령이 된 샘이 몰리를 뒤에서 안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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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개봉한 영화 <사랑과 영혼>(원제 Ghost)은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주인공 샘(패트릭 스웨이지)과 몰리(데미 무어)의 절절한 연기에, 영매 오다 메 브라운(우피 골드버그)의 코믹 연기가 합쳐지면서 오랫동안 사랑받을 영화가 탄생했다.

<사랑과 영혼>의 장르는 멜로드라마지만 ‘유령과 사람의 사랑’이라는 설정으로 꽤 많은 특수효과 장면이 등장한다. 주인공 샘이 유령이 된 순간부터, 우여곡절 끝에 천국으로 갈 때까지 수많은 장면이 특수효과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졌다.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 <고스트>의 가장 큰 숙제는 이런 영화 속 특수효과들이었다. 웬만한 영화팬이라면 모두 알고, 기대할 영화 속 장면들을 무대 위에 제대로 구현해야 했다. 그것도 수십년 전 원작보다 더 세련되게 만들어야 했다. 배우들의 연기와 음악은 그다음 문제였다.

2011년 영국에서 처음 선보인 뮤지컬 <고스트>는 첫 공연 때부터 특수효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첨단 무대기술을 사용해 관객들의 기대를 100% 만족시켰다. ‘뮤지컬이 아니라 매지컬(Magical)’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 6일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고스트>는 시작부터 현란한 화면으로 탄성을 자아낸다. 무대 위에 실제로 있는 건물은 ‘샘과 몰리의 집’ 하나뿐이다. 이 건물은 수시로 샘과 칼의 사무실, 병원, 지하철로 바뀐다. 기술의 핵심은 7000개의 LED판으로 감싼 구조물이다. 총 3겹으로 이뤄진 이 구조물은 시시때때로 움직이면서 무대를 변신시킨다. LED가 켜지면 화려한 영상이 빚어내는 역동적인 화면들이 무대를 가득히 수놓고, LED가 꺼지면 실제 세트가 드러나면서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세세한 특수효과에는 진짜 ‘마술사’가 참여했다. 영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마술감독인 폴 키브가 마술효과를 담당해 ‘샘이 문을 통과하는 장면’ ‘지하철을 타는 장면’ ‘친구 칼을 겁 주는 장면’ 등을 말 그대로 마술처럼 만들어냈다.

다만 영화를 뮤지컬로 완전하게 옮기려다 보니 조금은 힘에 부치는 느낌이다. 영화 내용들을 꼼꼼히 뮤지컬에 넣기보다는 과감하게 일부를 생략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를 대표하는 노래 ‘언체인드 멜로디’는 띄엄띄엄 흐르고, 영화의 상징과도 같았던 ‘샘과 몰리가 도자기 빚는 장면’은 조금 억지스럽게 등장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지만, 뮤지컬을 보고 난 뒤에도 기억에 남는 ‘노래’가 없다는 것은 큰 약점이다.

이번 공연에는 7년 전 초연 때 호흡을 맞췄던 샘 역의 주원·김우형, 몰리 역의 박지연·아이비, 오다 메 역의 최정원이 다시 참여했다. 공연은 내년 3월14일까지 이어진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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