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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7가지 색깔 홍콩’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문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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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칠중주: 홍콩 이야기>는 홍콩의 거장 감독 7명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다. 위 사진부터 패트릭 탐의 ‘사랑스러운 그 밤’, 훙진바오의 ‘수련’, 위안허핑의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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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에도 부산에서 ‘영화의 바다’가 펼쳐진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창궐로 예전처럼 부산국제영화제가 마련한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을 칠 수는 없다. 영화제에 출품한 작품들은 해운대구에 있는 ‘영화의 전당’ 내 상영관에서만 볼 수 있다. 상영관이 부족하니 작품당 딱 1번씩만 상영한다. 그나마 좌석의 4분의 1만 채운다. 1년을 기다려 온 영화팬들에게는 아쉽고 또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코로나19가 잦아들지 않는 상황에서는 영화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이 정도다.

화려한 개·폐막식도, 스타들이 등장하는 레드카펫 행사도 없다. 올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21일 오후 8시 영화의 전당 야외상영관에서 개막작 <칠중주: 홍콩 이야기>(칠중주)를 상영하는 것으로 막을 올린다. 예년에는 5000여명이 개막식에 모였지만, 이번에는 관객 600명만이 입장할 수 있다. 김정윤 부산국제영화제 홍보팀장은 “그래도 영화제의 시작인데, 단순하게 영화만 상영하기는 너무 아쉬워 상영에 앞서 국내외 영화인들의 응원 메시지를 영상으로 보여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21일 개막…코로나로 행사는 취소
영화의전당 내 상영관서만 관람
관객도 좌석 4분의 1까지만 입장

개막작엔 ‘칠중주: 홍콩이야기’
홍콩 거장 7명의 옴니버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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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훙진바오, 안후이, 패트릭 탐 (아래)위안허핑, 린링둥, 조니 토, 쉬커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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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칠중주>는 공식 상영에 앞서 지난 19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먼저 공개됐다. 이 역시 이례적인 일이다. 예년 같으면 기자와 관객들이 개막식에서 함께 영화를 봤을 것이다.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고심 끝에 ‘가장 안전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기자시사회는 건물 진입 전 체온 측정과 손 소독, QR코드 명부 작성 등 영화제 기간(21~30일) 동안 관객들에게 적용할 매뉴얼을 예행연습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기자들은 상영관에서 2~3칸 간격을 두고 띄어 앉아 영화를 봤다. 음식은 ‘뚜껑이 있는 병’에 든 생수만 허용됐다.

<칠중주>는 홍콩의 거장 감독 7명이 홍콩에 보내는 편지 같은 영화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문을 열 만큼 특출난 작품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7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면 이해가 간다. 2018년 12월 63세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린링둥의 유작이기도 하다.

훙진바오(68), 안후이(73), 패트릭 탐(72), 위안허핑(75), 린링둥, 조니 토(65), 쉬커(70)가 만든 10~15분짜리 영화 7편이 담겼다. 감독들의 고유한 색깔이 살아있으면서도, 따뜻한 기운이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향해 가고 있는 홍콩의 과거를 담담한 시선으로 추억한다.

훙진바오의 ‘수련’은 어린 시절 무술을 배우던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훈련시간에 꾀를 부리다 선생님에게 호되게 혼이 나는 에피소드가 그려진다. 안후이가 연출한 ‘교장 선생님’은 20년 전 홍콩의 초등학교가 무대다. 말썽쟁이 아이들과 배려 깊은 선생님들의 잔잔한 이야기가 절로 미소를 띠게 한다. 패트릭 탐의 ‘사랑스러운 그 밤’은 여자의 영국이민으로 헤어지게 된 청춘남녀의 마지막 밤을, 위안허핑의 ‘귀향’은 쿵푸와 영어를 서로에게 가르쳐주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교감을 담았다.

린링둥의 유작 ‘길을 잃다’는 직접적으로 기성세대들이 가진 아쉬움을 표현한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주인공은 모든 것이 변해버린 홍콩에서 말 그대로 길을 잃어버린다. 그는 젊은 세대의 문화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때마다 자신을 이해하려 애썼던 아버지를 떠올린다. 영화 전체 프로듀싱을 맡기도 한 조니 토의 ‘보난자(Bonanza)’는 1990년대 말 세계 외환위기, 2000년대 IT 열풍과 사스 대유행 속에서 투자를 고민하는 청춘들을 그렸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쉬커의 ‘속 깊은 대화’는 7편 중 가장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유일하게 과거 대신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정신과 병동으로 보이는 공간에서 환자인지 의사인지 구분이 안 되는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대화를 나눈다. 이들을 관찰하는 역시나 환자인지 의사인지 모를 사람들이 등장하고, 또 다른 구경꾼들도 나온다. 이번 영화에 참여한 감독들뿐 아니라 감독 존 우(오우삼), 배우 장만위 등 홍콩 영화 전성기의 주역들이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으로 소환된다. 일부 감독들은 직접 출연하기도 한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칠중주>를 비롯해 68개국에서 총 192편의 영화가 출품됐다. 예년보다 상영 편수가 줄었으나 올해 영화제를 개최하지 못한 칸영화제를 비롯해 해외 유수 영화제의 수상작과 화제작이 대거 초청됐다. <칠중주> 역시 지난 6월3일 칸영화제가 개최를 취소하는 대신 발표한 ‘칸 2020’에 선정된 작품이다. 영화제는 오는 30일 오후 8시 폐막작인 다무라 고타로 감독의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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